'임은정 고발사건' 영장 받은 檢, 내부개혁 기로에 서다

경찰, 22일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 신청
지난달 검찰서 영장 기각된 이후 44일만
윤석열 "범죄 인정 어렵다" 회의적 입장
경찰 "또 기각하려면 검찰이 수사해라"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임은정 부장검사가 고발한 '고소장 바꿔치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검찰청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한 번 신청했다. 지난달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지 44일 만이다.

경찰의 보강 조사에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검찰이 영장을 꺾으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불가피하고, 경찰 입장에서는 사건을 더 이상 진척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2일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이후 임 부장검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추가 조사하는 등 보강 수사를 진행해왔다.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했다지만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지 여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 동안 자료 한 번 제대로 준 적 없는 검찰이 갑자기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직무유기라는 게 인정되기가 쉽지 않은 범죄"라며 임 부장검사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징계를 안 한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검찰총장의 책임이지, 감찰본부 직원이나 검사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사실상 경찰에 수사 대상을 한정한 셈이다.

그간 검찰은 넉달 넘게 이어진 경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번번이 비협조로 일관했다. 현재까지 검찰에서 내준 건 '고소장 바꿔치기' 당사자인 부산지검 전직 검사 윤모씨의 면직 내용이 담긴 1장짜리 문서가 전부다.

이번에도 검찰이 영장을 반려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찰 입장에서는 사건을 계속 짊어지고 가는데 부담이 커지고,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한 경찰 간부는 "이제껏 검찰 본인들 마음대로 송치를 지휘하면서 가져간 사건이 한 두개가 아닌데, 왜 이번 사건은 송치 지휘도 하지 않고 자료도 안 내주냐"며 "영장을 또 기각할 거면 아예 사건을 갖고 가서 검찰 입맛에 맞게 처리하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거세게 일어난 검찰 개혁 기류와 맞물려 검찰이 압수수색은 불허하면서도 자료를 스스로 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법무부가 검찰에 대한 직접 감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개혁을 압박하는 여론이 강한 만큼 법무부에서 자료를 임의제출하는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이번에도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다면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의 영장 청구 여부는 이번주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윤씨는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지난 2015년 12월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잃어버리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치기했다. 명백한 위법이지만 당시 부산지검은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윤씨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임 부장검사는 윤씨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징계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며,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을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이다. 뒤늦게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지난 6월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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