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키움과 플레이오프(PO)에서 3연패를 안으며 한국시리즈(KS) 진출이 좌절됐다. 정규리그 2위로 2주 동안 포스트시즌(PS)를 준비하면서 준PO를 치르고 올라온 3위 키움을 상대했지만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올해 SK의 기세는 대단했다. 지난해까지 맹위를 떨친 홈런 군단의 위용은 다소 사라졌지만 탄탄한 마운드로 시즌 거의 내내 1위를 달렸다. SK는 정규리그 팀 타율은 6위(2할6푼2리)였으나 팀 평균자책점(ERA)은 1위(3.48)였다. 2년 연속 KS 우승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8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팀을 지탱하던 마운드도 지치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8월 15일 당시 2위 키움과 7.5경기 차, 3위 두산과 9경기 차 1위였지만 막판 거세게 올라온 두산과 88승55패1무 동률을 허용했다. 결국 상대 전적에서 두산에 7승9패로 밀려 KS 직행 티켓을 내줬다.
눈앞에서 1위를 놓친 상실감이 컸다. SK는 정규리그 이후 코치진과 선수들이 4시간에 걸친 장시간 미팅으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PO에 나섰지만 끝내 허무함과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가을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SK는 넥센과 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마지막 5차전에서는 8회까지 2점 차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박병호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고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10회초에는 임병욱에게 적시타를 내줘 1점 차로 뒤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SK는 10회말 천금 같은 김강민의 동점포, 한동민의 끝내기포가 터져 역전 드라마를 썼다.
두산과 KS에서도 SK는 6차전에서 한동민의 연장 홈런으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1차전에 이어 6차전에서도 결승포를 날린 한동민은 KS 1할대 타율에도 시리즈 MVP에 올랐다.
사실 SK의 우승에는 실력과 함께 운도 따랐다. SK는 정규리그에서 두산에 무려 14.5경기 차 2위였다. 전력에서 차이가 적잖았고, 대부분 두산의 KS 우승을 점쳤다. 그러나 두산은 공수 핵심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4번 타자이자 지난해 홈런, 타점왕에 정규리그 MVP인 김재환이 KS 3~6차전에 결장했고, 필승 불펜 김강률은 KS 대비 훈련에서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물론 SK도 전력 누수가 있었지만 두산의 공백이 더 커보였다.
KIA도 2009년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한 만큼 KS 우승팀 자격이 충분했고, 실력도 있었다. 그러나 SK는 아쉬운 판정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7차전에서 SK는 6회까지 5 대 3으로 앞섰으나 7회 필승조 가도쿠라 겐이 석연찮은 볼 판정에 흔들렸고, 안치홍에게 동점포를 맞았다.
앞서 선발 게리 글로버 역시 볼 판정에 평소 리듬을 잃었다. 야구계에서는 당시 SK가 비인기 구단인 데다 사령탑이던 김성근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갈등을 빚은 것도 원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런 불운과 행운의 SK 가을야구 역사 속에 또 하나의 페이지가 더해진 것이다. 아쉽게도 올해 SK의 PS는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SK는 가을야구에서 몇 번이나 역경을 딛고 일어선 팀이다. 2007년 KS에서는 역대 최초로 1, 2차전을 지고도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 PO에서도 먼저 2패를 안고 극적인 3연승을 이뤄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09년 준우승에 머문 뒤 이듬해 보란 듯이 정상을 탈환했다. 과연 내년 SK의 가을야구는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