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비보에 커지는 "악플 규탄" 목소리…'실명제 도입' 청원도

설리 생전에도 악플에 고통...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고백
온라인을 중심으로 악플규탄 목소리 나와
"인터넷 실명제"와 "연관검색어 바꾸기 운동"도

설리, 숨진 채 발견.(사진=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가 생전 악성 비난 댓글로 고통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악플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설리는 악성 댓글과 루머로 연예계 활동 기간 내내 고통을 호소해 왔다. 지난 2014년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이듬해 재개하기도 했다.

설리는 복귀 후에도 악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10월 설리는 한 방송에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설리의 비보를 접하고도 오히려 악용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유튜브 등 SNS에는 '설리 사망 직전 영상', '설리 논란 영상 모음' 등 조회 수를 높이려는 고인의 영상들이 유통되고 있다. 설리의 추모 글을 올린 동료 연예인이나 전 연인의 SNS 계정에도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악플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성을 악용한 온라인 악플이 설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다면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여러개 나왔다.

한 청원자는 "설리는 악플로 인한 우울증을 겪다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다"며 "누군가는 악플에 고통받으며 눈물 흘리는 상황에서 인터넷 실명제로 악성댓글을 근절해야 한다"고 청원 취지를 적었다.

전문가들도 온라상의 익명성에 기댄 무분별한 비방 문화가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고를 촉구했다.

백성문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설리씨를 비롯해 과거에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며 "본인 의견을 쓴 게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받아들였을 때 어떻게 충격을 받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설리를 향한 악플 안에는 성희롱적 반응도 많았다"며 "여성 연예인을 소개하는 방식에서 따라오던 악플 문제에 대해서 짚고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설리의 사망을 단순히 '악플 근절'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는 "우울증을 겪던 설리에게 공격적인 악플이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한 사람의 죽음을 악플이나 여성 혐오적 측면으로만 진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