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타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그나마도 견제사라니...' 14일 오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6회말 무사 1루 상황 SK 김강민이 키움 브리검의 견제구에 아웃 당하고 있다.(인천=연합뉴스)
끝내 터지지 않았다. 1점이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그 1점이 어려웠다. 시즌 내내 비룡 군단의 발목을 잡은 타선 침묵이다.

SK는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키움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0 대 3 완패를 안았다. 연장 11회까지 1점도 뽑아내지 못한 끝에 안은 무기력한 패배였다.

이날 SK 마운드는 제몫을 다했다. 선발 김광현이 5이닝 8탈삼진 5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김태훈-서진용-정영일-하재훈 등 필승조도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정규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그토록 바랐던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11이닝 동안 산발 6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쳤다. 톱타자 김강민이 2안타를 뽑아내며 분전했지만 중심 타자들이 응답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안타를 때린 김강민은 6회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 견제에 횡사했고, 5회 1사 1루에서 최항도 도루 실패했다. 연장 10회도 SK 마운드는 키움 강타선을 저지했지만 타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11회초 기다림에 지친 마운드가 먼저 터지면서 패배를 안아야 했다.

SK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력한 타선을 자랑했다. 특히 2017년 한 시즌 최다인 234홈런에 이어 지난해도 233홈런의 장타 군단을 뽐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PO)에 이어 한국시리즈(KS)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게 바로 홈런이었다. 한동민 등이 잇따라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올해 SK 타선은 달라졌다. 팀 홈런이 117개로 지난해보다 거의 절반이나 줄었다. 10개 구단 중 홈런 감소가 가장 컸다. 팀 타율도 2할8푼1리에서 2할6푼2리로 거의 2푼 가까이 하락했다. 그나마 득점권 타율 2위(2할7푼8리)가 타선을 지탱해줬다.


그렇다고 해도 후반기 타선 침묵은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SK는 후반기 팀 타율이 고작 2할4푼7리,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8월 중순까지 2위에 7.5경기 차 1위였던 SK는 마운드까지 흔들리며 두산의 대역전 정규리그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SK 타선이 고전한 것은 일단 공인구의 반발 계수 조정이 꼽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까지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고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췄다.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조정했는데 계산 상으로 타구의 비거리가 4~5m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홈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거리다.

결국 올 시즌 리그 전체 홈런은 1014개로 지난해보다 700개 이상 줄었다. 전체 타율도 2할8푼6리에서 2할6푼7리로 떨어졌다. 타구가 뻗지 않고 속도도 주니 안타가 될 가능성도 떨어진 것이다. 리그 장타율은 4할5푼에서 3할8푼5리까지 내려갔다.

SK 한동민이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18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그 직격탄을 SK가 맞은 것이다. 특히 장타자들이 많은 SK인 까닭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시즌 중 "교타자들은 방망이 중심에 정타를 맞추지만 장타자들은 빗맞은 타구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게 넘어가지 않으니 심리적인 부담감이 더 크다"고 짚은 바 있다.

한동민이 대표적이다. 2017년 29홈런 73타점을 올린 한동민은 지난해 41홈런 115타점으로 대폭발했다. KS 최우수선수까지 오르며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12홈런 52타점에 머물렀다. 이외 제이미 로맥도 지난해 43홈런에서 올해 14개가 줄었다. 그나마 최정이 홈런 감소폭이 6개로 적은 편이다.

정규리그에서 고전했던 SK 타선은 가을에도 살아나지 않았다. PO 1차전을 앞두고 염 감독은 "정규리그 이후 2주 정도 쉬면서 선수들이 타격감 회복에 집중했다"면서 "특히 한동민이 자체 평가전에서 좋았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동민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로맥도 마찬가지다. 특히 0 대 0으로 맞선 6회말 1사 1, 2루에서 상대 필승조 조상우에게 3구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시속 155km 강속구에 배트가 늦었다. 7회말 1사 2루 기회에서도 회심의 대타 정의윤이 안우진의 슬라이더와 속구에 속수무책으로 역시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9회말 1사에서는 3번 최정과 4번 로맥이 모두 한현희의 초구에 범타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SK 선수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허무하게 놓친 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KS에 직행했다면 하지 않아도 됐을 PO를 치르는 까닭에 몸이 더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상황에서 다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게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SK 선수단은 정규리그 이후 4시간 마라톤 회의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고 했다. 가을야구 구호를 '원스 어게인 챌린지'(또 다시 도전)로 정하고, 나름 세리머니도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타선에 불은 붙지 않고 있다. 경기 후 염 감독은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면서 "1점 승부라 생각했는데 그 1점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터지지 않는 SK 타선, 과연 무엇이 문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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