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수사를 받는 가운데 검찰 개혁을 앞장섰던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한 만큼 반드시 개혁을 완수해야할 책임도 커졌기 때문이다. 여당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도 검철 개혁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조 전 장관 사퇴의 의미를 부여하며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도 앞다퉈 목소리를 내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법안의 통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조 전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검찰개혁법안 입법을 추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미 조 전 장관 정국을 거치며, 특수수사부 폐지 등 검찰 스스로 개혁방안을 받아들이게 했고, '서초동 촛불집회'를 불러일으켜 검찰개혁의 동력이 살아난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사퇴를 검찰개혁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조 전 장관은 사퇴의 변에서 스스로를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로 표현했다.
여기에 더해 이날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야당으로서도 검찰개혁을 반대할 명분이 줄었다는 점도,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법안 통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도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국회의 개혁입법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당장 한국당은 검찰 개혁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며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의 거짓말과 왜곡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패스트트랙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이 계속해서 반대를 한다면 처음 패스트트랙을 올렸던 여야 4당의 공조를 통한 본회의 통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검찰개혁안의10월 말 본회의 상정이 가능해진 만큼 여야 4당 공조만 유지한다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선거법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공조 체제도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다.
또 이럴 경우, 현재 검찰 개혁의 강도를 높여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 또는 분리하는 안은 담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검찰개혁이 절반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개혁안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특수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조 전 장관 후임으로 누가 올지도 변수다.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조 전 장관만큼 강하고, 상징성 있는 적임자를 세울지도 동력 유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여권은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구인난(難)을 자주 언급해온 만큼 이 또한 쉽지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