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사의 '정치참여'는 여전히 '유죄'

교육감 선거 전 SNS로 특정후보 지지한 교사, 2심도 '벌금형'
총선 기사공유 등도 벌금형 선고유예...'선거운동=유죄' 시각 같아
지난해 교사들이 관련법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제기...헌재 '심의 중'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표현한 교사에게 2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2월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현행법이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는 등 관련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법원이 교사의 '정치참여'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했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C여고에 재직중인 교사 김모(50)씨는 지난달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 2018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전 박모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같은해 5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박 후보의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게시물을 '공유'하고 직접 지지의사를 표명한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고법 6형사부(오석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여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고 향후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79회에 달하는 '좋아요'를 누른 행위는 전파성이 약하고 비교적 단순한 행위로 이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이 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를 들어 다른 이의 게시물에 대한 동의를 소극적으로 표현한 '좋아요' 클릭 혹은 '공유하기'만으로는 선거운동의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단서를 둔 것이다.


그럼에도 '교원의 중립성'을 위해선 교사가 특정 후보의 당선 혹은 낙선을 도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아둔 셈이다.

이는 지난 6월 서울북부지법이 "피고인이 범죄사실로 기재된 행위를 한 것은 후보자 등록 기간 무렵으로 선거일과 가까운 시기였고 사전 투표가 있었던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선거와 밀접한 기간 100회가 넘는 행위를 해 그 위반의 횟수가 작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1심 판결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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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무렵인 3월부터 4월까지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 등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한 D고등학교 교사 조모씨에 대해 선고유예(벌금 100만원) 판결을 내렸다.

1심 당시 조씨는 서울남부지법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말 대법원이 "선거일에 임박한 시기이긴 하지만 보름 동안 약 6회 기사 등을 링크하거나 공유하면서 간단한 글을 부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파기했다.

조씨는 다시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이 역시 재판부가 조씨의 행위가 유죄사유인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봤다는 점에서 김씨의 케이스를 판단한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조씨의 선고가 유예된 것은 활동 횟수가 적었다는 점, 특정후보 한 사람만에 대한 호불호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참작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교육공무원'인 교사들이 정당 등에 가입하거나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이 이 법령을 근거로 교육부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정부부처에 관련법 개정을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지난 1일 파악됐다.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데엔 헌법재판소(헌재)에서 관련법 규정을 '합헌'으로 본 판단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교사들이 모인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는 지난해 2월 약 1천명의 의견서를 받아 교사들의 선거 출마와 정당 가입, 선거운동 등을 금한 정당법·국가공무원법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해당건은 헌재가 심의하는 본안에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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