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새' 감독과 배우들이 본 '밤의 문이 열린다'
'벌새'에서 은희 엄마 역을 연기한 이승연은 "그전부터 이 영화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봐야지 하다가 추석 연휴에 상상마당에 가서 보고 왔다. 저의 느낌은 '되게 젊다'는 거다. 제 느낌에 감독님 감각이 되게 젊으시다고 생각했다. 제가 가끔 혼자 있을 때, 아니면 혼자 있지 않을 때도 막 몰려오는 외로움이 있다. 지구에 딱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있는데 그걸 영상으로 잘 표현해주셔서 외로움이 많은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잘 봤다"라고 말했다.
은희 언니 수희 역을 맡은 박수연은 '밤의 문이 열린다' 후원자이기도 하다. 서울독립영화제 때 처음 보고 다시 한번 '밤의 문이 열린다'를 봤다는 그는 "되게 서늘하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혼자 보던 중 키우던 고양이가 움직여 끼익하고 난 문소리에도 놀랐다고 덧붙이며. 이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봤던 것 같다"면서 "아무하고도 관계 맺고 싶지 않은 그 마음도 너무나 공감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관계 맺으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되게 따뜻해졌다"라고 부연했다.
GV가 진행되기 전 이미 '밤의 문이 열린다'를 보고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 SNS에 글을 썼다는 김보라 감독은 "사실 유은정 감독님 영화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페이스북에 글 두 번 올리면서 사람들한테 보라고 광고도 했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저는 '밤의 문이 열린다'에 나오는 혜정이(한해인 분)랑 효연이(전소니 분)는 ('벌새'의) 영지 선생님(김새벽 분)과 되게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은희(박지후 분)가 나중에 크면 혜정, 효연이의 말과 감정선을 분명히 경험할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저 역시도 '벌새' 만들면서 혼자라고 느꼈던 되게 어두운 밤들이 있었는데, 저 감독(유은정 감독)님은 밤의 무늬를 되게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저한테 어떤 정서로, 감정으로 다가왔다. 이런 홀로 있는 밤의 상태를 이렇게 영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되게 좋았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영화 보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건 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밤의 문이 열린다'를 보면서 제 자신을 발견하게 돼서 좋았다. 배우님들 연기도 너무너무 잘 봤다"라며 "혜정의 창백한 얼굴, 효연의 예민한 얼굴, 너무 아름다운 얼굴들이 있었다. 그 둘이 제 모습 같았다. 어느 시기에는 혜정이었고 어느 시기에는 효연이었다. 내 얼굴을 한 여자들을 영화 속에서 보는 게 되게 좋았고, 관객들이 여성 감독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이유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효연 역을 맡은 전소니는 "'벌새' 보고 너무너무 좋았다. 몇 마디로 말을 못 할 것 같아서 시작을 못 하겠는데 집에 가서 일기를 되게 길게 썼다. 저도 20대 초반에 그런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지나간 내 시기가 궁금해지는"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억이 다 나진 않더라. 어떤 사건은 기억하는데, 그 시기에 나는 어땠고 뭘 좋아하는지 그런 게 지워진 것 같아서 슬펐다. '벌새'를 보고 조금 생각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자체로도 너무 아름답고 빛나는 부분이 많아서 되게 감사했다, 저한테는"이라고 전했다.
혜정 역을 연기한 한해인은 "'벌새'는 저희 동네 상영관에 찾아가서 봤는데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봤다. 영화 보며 굉장히 오랜만에 그런 느낌을 받았고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 제일 많이 들었던 감정은, 이 영화가 모든 등장인물을 다 안아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밝혔다.
한해인은 "한 명의 인물도 지나가지 않고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안아주고 포용해주는 게 좋았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들 얼굴까지 잔상이 남아있었다. 사춘기 겪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굉장히 터질 것 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상처받은 여린 감정을 잘 잡아내셔서 어떻게 영화에서 이렇게 어우러졌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제가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어서…"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유은정 감독은 "'벌새'는 하나의 용기였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유 감독은 "만드는 사람, 관객으로서의 저한테도 하나의 용기가 되어주셨다"라며 "사실 저는 보라 감독님이 영지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유 감독은 또한 "저한테 '벌새'가 하나의 용기인 건, 너의 부분들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또, '벌새'를 만들며 (김 감독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믿으면서 갔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 이후에 영화를 만들거나 (여러 형태로) 창작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벌새'의 좋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