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홍제표 >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 이뤄진 한미 양국 정상의 유엔총회 메시지가 주목됩니다. 물론 어제 오후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전반적으로 '평화공세'라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성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초미의 관심입니다.
◆ 김덕기 > 우선 한미 정상의 메시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정리해보죠.
◇ 홍제표 >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각으로 어제 밤 35분여 동안 유엔총회 연설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주 말했던 이른바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을 거론하며 비핵화를 촉구했습니다. '대담한 외교'라는 수사도 눈에 띕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들어보시죠.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의 나라는 아직 발현되지 않은 잠재력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고 나는 진정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최근 부쩍 횟수가 늘었던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작았고 오히려 이란 문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원론적 메시지에 그쳤다는 점에서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 김덕기 >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어땠습니까?
◇ 홍제표 > 당연히 예상할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북한 문제에 집중됐습니다.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세 가지 원칙이 제시됐습니다.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의 한반도가 아니라 '종전상태'가 비핵화 논의를 진행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환경이라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거쳐 남북은 물론 동북아 공존·번영을 모색하자는 것입니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한반도 교량국가' 구상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 김덕기 > 이제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인데 어떻게 전망됩니까?
◇ 홍제표 > 이르면 내일 아침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한 북측의 응답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전반적인 대북 메시지는 유화적이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양국 정상은 유엔 연설 전 회담에서도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한 무력 불사용 원칙도 거듭 천명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에 대해 직접적인 답을 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고, 따라서 이후 유엔 연설이 주목됐지만 말씀 드린 대로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습니다. 다만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자는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그 자체로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덕기 >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 홍제표 >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을 결렬됐고 북한은 이를 사실상 외교적 실패이자 '굴욕'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성공작으로 평가하고 있는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는 것은 김 위원장의 체면을 살리고, 비핵화 협상을 북한으로선 해볼만한 게임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김덕기 > 하지만 그렇다고 회담 전망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겠죠?
◇ 홍제표 > '화염과 분노'가 표출되며 전쟁 위기까지 감돌았던 2017년, 그러다가 역사적인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 이뤄진 2018년에 이어 다시 하노이 회담 결렬과 장기 공전 상태가 이어지는 올해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트 형국입니다. 이런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뭔가를 전망하는 게 무의미하다 싶을 정도로 쉽지는 않습니다. 보수적으로 전망한다면, 북미 실무협상 자체는 이르면 이달 말이라도 열릴 수 있지만 양국 간 쟁점은 결코 좁혀지기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비핵화의 정의와 방법론, 두 가지 측면에서 괴리가 큽니다. 미국이 최근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식'을 거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 내용은 실무협상이 시작돼야 파악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남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평화협정으로 안전담보를 받겠지만) 그것 말고도 내가 최소한의 핵을 유지함으로써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핵화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즉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약간의 불완전한 비핵화를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두 나라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
◆ 김덕기 >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월에 부산에 올 수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런 점과 비교하면 너무 보수적인 전망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 홍제표 > 서훈 국정원장의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내용인데요 전제조건이 달려있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뚜렷한 진전이 있을 경우 가능하다는 매우 원론적인 내용입니다. 현재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실무회담조차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남북 정상회담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성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어찌됐든 우리 정보당국에서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미 회담이 조만간 재개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도 우리의 촉진자·중재자 역할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은 빠지라'며 '패싱' 했던 북한이 그제는 다시 '민족공조'를 역설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