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조사를 거부하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들어갈 수 없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수사를)잘 피해왔는데 경찰이 뭘 가지고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있나 상당히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료수집 차원에서 면회(조사)에 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예상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도 뭘 알아야지 대응을 할 거 아니냐"면서 "어느 정도까지 증거가 드러나면 그 때는 (조사를)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배 교수는 이춘재가 오히려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실은 지금 이춘재한테 주도권이 있다"며 "가석방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경찰과 딜(Deal·거래)을 하거나 아예 입을 닫는 등 두 가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의 거래로는 예를들어 어떤 사건은 자신이 했다고 하는 대신, 다른 사건은 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것을 꼽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이춘재의 DNA는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이춘재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나도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사형수가 아닌 다음에야 가석방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데 왜 자백을 하겠냐"며 "자백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교도소에서 운동을 자주 즐겼던 이춘재가 최근 독방에 수용된 이후 야외 활동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심리적 변화가 생긴 것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범인임에 틀림없고, 경찰도 드디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석방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어서 심경의 변화는 왔다고 봐야 한다"고 추정했다.
배 교수도 "그건 당연하다"며 "이전까지는 아주 착한 모범수였는데 운동장을 돌아다니면 당연히 손가릭질을 받을테고, 준비가 안 됐으니까 거부를 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배 교수는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 중 어머니와의 동반 조사를 꼽은 반면,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배 교수는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흔히 말하는 어머니, 형제 등 가족을 동원하는 최후의 방법이 있다"면서 "경찰이 아무래도 이런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모친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동원되어야 하느냐"며 "모친은 지금 범죄자가 아니고, 경찰이 시효가 끝난 사건에서 모친을 동원할 권리가 있는가"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이 절반만 덮힌 상태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제가 볼 때는 여죄 수사에서 몇 건이 더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여 (사건의)반쯤 덮힌 상태에서 그대로 끝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