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동 몰려간 열성 지지자
지난 21일 저녁,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 대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 똑바로 해"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사회자의 선창에 집회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것이다. 또 "정치검찰 물러가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라는 등의 구호가 제창됐다. "분하다. 윤석열에 당했다"라는 팻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전광판에는 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 사진이 번갈아 나왔다. 과거 조 장관이 교수 시절 "어떤 분이 법무장관이 되느냐가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우리 조국 교수님 어떻습니까" 하며 너스레를 떠는 영상도 소개됐다. 故 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가 흘러나왔고 중간중간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함성이 효과음으로 편집됐다. 형식만 보면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촉구집회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 촛불집회 성지 장악한 한국당
'문재인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라는 이름의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명, 경찰 추산 1만 1천명이 모였다고 한다.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는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로 격돌했던 지난 4월 시작된 뒤 멈췄다 최근 '조국 사태' 이후 거듭되는 모습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문재인 사퇴', '조국 구속', 등이 적힌 팻말을 흔들며 "국민의 명령이다, 조국은 사퇴하라"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조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른다'고 답한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이후 애국가를 제창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 갈등 근간엔 '진영논리'…정치권이 풀어야
눈에 띄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규탄의 목소리가 형사사법기관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모두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이 정국에 막대한 파장을 끼쳐왔고, 여전히 끼치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무대가 서초동으로 옮겨진 건 조국 장관 관련된 종착지도 결국 검찰 수사가 된 탓"이라며 "그런데 지금 한쪽에서는 검찰의 수사를 완전히 정치적인 것으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화문에서 명분 싸움에 밀려 그 중 극히 일부가 옮겨갔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런 논리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이 사법절차를 거부했던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보수,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상식,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 가치 문제가 아니었냐"며 "같은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원내투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민생을 챙길 수 있을지 지도부 리더십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또 정치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