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이병록 조사국 과장 등 연구팀이 게재한 '아세안 5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배경과 전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5개국에 대한 FDI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전세계 FDI 유입규모가 증감을 반복한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전세계 FDI 유입액에서 이들 아세안 5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9%에서 지난해 5.3%로 상승했다. 신흥국 내 비중으로 따져도 같은 기간 4.3%에서 9.3%로 커졌다. 이는 아세안 5국의 2010~2018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5.3%로 다른 경제권을 압도한 배경으로 분석됐다.
금융위기 이후 아세안 5국에 대한 FDI 투자국가 중 북미지역 국가의 비중은 하락한 반면, 동북아·아세안 국가의 비중은 상승했다. 2016~2018년 FDI 비중 상위 5개국은 싱가포르(26.3%) 일본(22.5%) 홍콩(10.7%) 중국(7.3%) 우리나라(7.1%) 등 모두 동아시아 국가였다.
지리적 근접성과 지역무역협정 체결 등으로 무역연계성이 확대되고, 다시 동아시아 국가들의 아세안 5국 FDI 투자가 증가해, 동아시아와 아세안 5국간 무역연계성이 거듭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됐다.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은 제조업 부문에 FDI가 집중되고, 소득수준이 높은 말레이시아·태국의 경우 서비스업으로의 유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아세안 5국으로의 FDI 유입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의 임금상승 등에 따라 다국적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아세안 5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아세안 5국의 견실한 성장세, 인구 증가 등에 따른 내수시장 규모 확대가 FDI 유입을 이끌 또다른 요인으로 적시됐다. 향후 인구증가세 지속,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중산층 인구가 늘어나 아세안 5국의 가계 소비여력도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아세안 5국의 인프라 등 기업 경영환경이 미흡하다는 점, 일부 국가의 경우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은 투자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임금의 경우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은 아직은 낮은 수준이긴 하나, 상승률이 신흥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의 생산거점이 아세안 5국으로 이전되는 구조전환 과정에서 우리기업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경우, 향후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낮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