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위원장은 노조에서 사용할 차라면서 고급차를 구입했지만 알고보니 본인 명의로 자동차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시내버스 운수회사인 남성교통 전현직 운전기사들과 회사 간부 등에 따르면, 남성교통에서 노조위원장을 지낸 최 모씨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제네시스 승용차를 개인용으로 타고 다녔다. 이 회사 C운전자는 "제네시스 차량은 위원장만 탔기 때문에 노조업무차량이 아니라 개인차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최씨가 노조위원장을 그만두고 서울시내버스 노조 사무처장으로 떠날 때는 남성교통 노조운영위원회가 전임 위원장에게 제네시스를 기증하는 안건을 결의해, 아예 자동차를 가지고 떠났다.
CBS취재 결과 2015년 11월에 이뤄진 노조운영위의 결의는 요식절차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제네시스는 구입 때부터 노조가 밝힌 것 처럼 '노조에서 사용할 차량'이 아니라 위원장 개인용 차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 전직 운전기사 김 모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노조가 제네시스를 구입한 지 한 달여 기간이 지난뒤 정말 노조명의로 등록됐는 지 확인하려고 차량등록증을 확인해봤더니 명의가 최 위원장 앞으로 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2년 3월경 동료 기사 1명과 함께 성남시 수정구청을 방문해 차량등록원부를 확인했고 동행했던 동료도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에서는 제네시스를 위원장 명의로 해둔 사실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400여명에 이르는 시내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에대해 최 전 노조위원장은 "제네시스 등록 당시에는 단체이름으로 차량등록이 되지 않는 때여서 어쩔수 없이 노조 대표자인 자신 이름으로 차량을 등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원들을 분개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는 제네시스 차량 구입비가 조합원들의 월급에서 원천공제된 노조비였다는 사실.
CBS가 입수한 노조위원장 조모씨(후임 위원장)의 이메일에 따르면, "제네시스 차량구입비 4900만원 가운데 2168만원을 조합비에서 집행하고 나머지 56%인 2734만원은 전임위원장께서 자체해결했다"고 적혀 있다.
차량 구입 사실조차 몰랐던 운전기사들은(노조원) 위원장이 2734만원을 부담했다고 여겼지만, 사측과 노조간에 불거진 갈등으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사법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이른바 '위원장님 자체해결 건'은 노조가 사측과 짬짜미로 '운전기사 보험기금'을 빼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남성교통 박 모 경리이사의 검찰 진술에서 확인된 것이다. 박 경리이사는 지난 2016년 2월쯤 노조의 업무상횡령 진정사건에 참고인으로 소환돼 고소인과 3자 대질신문을 받았으며 여기서 "노사상생기금에서 제네시스 구입비용 2700여만원을 지원해줬다"고 진술했다. 박 이사는 보험기금을 상생기금으로 혼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운전기사 보험기금은 사측이 운전직 종업원이 교통사고를 내거나 당했을 때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월 운전자 1인당 약 8000원) 노사가 공동관리하게 돼 있는 돈이다.
즉, 용처가 운전기사들의 사고시 지출하도록 목적이 명확히 정해진 돈인 것이다.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확인중이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횡령혐의의 적용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 동부지검은 2018년 5월 노조간부의 횡령혐의 등 고소(동일사건 재고소)사건을 수사했지만 "나온 게 없었다"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 사건 항고담당인 서울고검에서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린 상태다.
남성교통 모 운전기사는 19일 "조합원들은 운전기사들을 위한 보험기금이 있는 것 조차 몰랐다 왜냐하면 사고를 내면 서울시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측이 운전자들에게 자부담을 종용하기 일쑤"라며 "그러다 보니 기금이 불어날 수 밖에 없고 그 돈을 빼내 차 사는데 쓰는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운전기사 L씨는 "노조비는 노조원 권익향상, 노조원을 돕기 위해 조성한 돈인데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네시스 구입에는 수천만원씩 쓰면서 다른 회사에서는 다 지급하는 운전용 면장갑 조차 지급하지 않는 건 해도 너무한 처사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