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휴학생 김씨 "청년수당 공고 보고 신청…지원서류에 휴학생 밝히기도"
서울에 사는 김모(22)씨는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다니다 올해 초 휴학했다.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김씨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지원 당시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밝힌 김씨는 수급자로 선정돼 지난 5월부터 세 달 동안 150만원을 받았다.
그러던 중 7월 말 서울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김씨가 수급 자격이 안 되는 휴학생 신분으로 수당을 받았다며 돈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서울시의 갑작스런 통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가 본 신청 공고에는 '휴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씨는 지원 동기 첫 줄부터 휴학생이라는 신분도 밝혔기에 돈을 토해내라는 서울시의 요구가 더욱 황당했다.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되레 서울시는 '허위 서류를 제출해 수당을 받지 않았느냐'면서 김씨를 다그쳤다.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닌지, 서울시 책임은 없는 것인지 여러 번 따져 물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부정수급했으니 돈을 반납하라'는 답만 되돌아왔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말까지 150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김씨에게 보낸 상태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바람에 수입원도 끊긴 김씨는 되레 150만원이라는 돈을 내놓을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목돈 마련도 막막하지만 자신을 부정수급자로 취급하는 서울시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심사를 엉망으로 해 발생한 일인데, 책임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이미 지원 서류에 휴학생임을 밝혔다. 속이려고 했으면 지원서에 그런 얘기를 썼겠느냐"며 "내 지원서를 한 번이라도 읽었다면 청년수당을 받을 일도, 범죄자 취급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학생은 수급 대상 아니라 신청한 쪽에 책임 있다는 서울시
김씨 사례는 서울시 청년수당이 얼마나 부실하게 심사·지급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신청자는 '지원 동기' 등을 서류로 제출하는데, 서울시는 심사 과정에서 이런 서류들을 일일이 읽어보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시는 수천명이 제출한 계획서를 하나씩 읽고 정성 평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휴학생이 수급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청년수당 홈페이지 곳곳에 명시 돼 있어 신청자가 충분히 알 수 있고, 만일 몰랐다면 애초 신청한 쪽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9년도 1차 청년수당 모집 공고에는 '재학·휴학생은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수 지원자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서울시는 최근 진행된 2차 공고에서는 붉은 글씨로 재학생과 휴학생의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굵게 표시해 강조했다. 이전 공고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수정한 것이다.
김씨처럼 재학·휴학생 신분으로 수당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울시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잘못된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수당을 반납한 경우는 제도 시행 이후 5건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모두 올해 수당을 받은 사람들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청년수당을 받은 수만명의 대학교 재학 여부는 사실상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홍문표 의원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지급되야 할 돈을 학생들이 엉뚱하게 받아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청년수당의 허술한 관리 책임을 인정하고, 기존 수급자들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에 서울시는 홍 의원실에 "한국장학재단과 추가 협의를 진행해, 필요시 신청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여부를 일괄 조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