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ASF는 구제역과 달리 현재까지 백신이나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아 양돈농가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소비심리 위축도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국내에서 첫 ASF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지난 16일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돼지농장에서 폐사한 5마리 중 2마리의 혈청 분석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방역당국은 확진 판정이 나온 농장을 비롯해 농장주가 별도로 운영하는 동문리와 마산리의 돼지농장 2곳 등 총 3곳에서 사육중인 돼지 3,950두를 예방 살처분했다.
또 첫 확진 시점을 기해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 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고, 현재 정확한 질병발생 경로를 파악 중이다.
1920년 아프리카에서 최초 발생한 돼지열병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처음 발병해 7개월 만에 전체 모돈(어미돼지)의 30%가 살처분 됐을 정도로 전파 속도가 빠르다.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출혈 전염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백신·치료제가 없어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
앞서 지난 5월 북한 자강도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는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때문에 방역당국은 북한에서 발병한 돼지열병이 멧돼지를 통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을 대폭 강화했었다.
파주에서 국내 첫 ASF가 발병하면서 관내 양돈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파주지역에는 95농가에서 11만317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이번 ASF가 발생한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다른 농장은 없다. 그러나 피해 농장주의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26개 농장이 운영 중이다.
법원읍 동문리 농장 반경 500m에는 3농가(3,243두), 3㎞에는 11농가(12,868두)가, 파평면 마산리 농장 반경 500m에는 4농가(4,530두), 3㎞에는 8농가(10,143두)가 위치해 있다.
ASF는 주로 감염된 돼지의 눈물, 침, 분변 등 분비물에 의해 직접 전파되며, 전파 속도도 빨라 농장별로 소독약을 뿌리고 농장주끼리도 접촉을 자제했었다.
이윤상 대한한돈협회 파주시 지부장은 "관내 양돈농가 모두 초비상이 걸렸다"며 "농가별로 소독약을 뿌리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는 것이 최대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제역의 경우 백신이 있어 예전처럼 심각한 질병이 아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이 없는 유일한 돼지 질병"이라며 답답해했다.
이 지부장은 "그렇다 보니 돼지열병을 예방하기 위해 소독을 했는데 이는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백신만이 유일한 방역인데 백신이 없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지부장은 취재진에게 한 가지 당부를 부탁했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기피할 수 있는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구제역 발병 당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외면해 양돈농가들은 2차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며 "돼지열병 보도로 다시 이미지가 추락해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기피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은 직접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져 어려움도 많은데 이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인체에 영향이 없는데도 소비자가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공포감이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SF는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인체에는 무해하다. 그러나 돼지의 경우 감염되면 최대 100% 폐사하는데, 이는 구제역의 최대 폐사율 50%보다 2배나 높다.
건국대 수의학과 선우선영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사람한테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그런 것들 때문에 양돈농가가 이중으로 고통을 받을 수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