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시위 강경파 고립 나서

홍콩 정부 시민과 대화 플랫폼 가동시키는 동시에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강조

사진=김중호 특파원/자료사진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시위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홍콩 정부가 시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동시에 일부 과격 시위대에게는 강력한 공권력 사용을 경고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정부는 16일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직속 기구인 정책혁신조정 사무처에 '대화 플랫폼'을 추진할 조직을 신설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람 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의 공식 철회를 선언하는 방송연설에서 다양한 계층과 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대화 플랫폼은 100~200명으로 이뤄진 시민들과의 공개 대화, 추첨으로 선발된 각계 대표와의 대화, 20여 명으로 이뤄진 심층 그룹과의 대화 등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람 자관은 당장 18일 400여 명에 달하는 구의원들과 만나 대화를 시작한다.

반면 폭력시위에 대한 강경진압 의지도 분명히 했다. 람 장관은 "나는 홍콩 경찰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경찰이 공권력을 선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경찰을 이끄는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지난 100일 동안 홍콩의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무법과 이기적인 행동에 맞서 경찰들은 강한 책임감과 용기, 흔들리지 않는 결의를 보여줬다"며 "정부는 이들을 모든 측면에서 지원할 것"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의 80%에 가까운 3만1천여 경찰을 대표하고 있는 홍콩경찰대원협회는 성명을 통해 실탄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성명은 지난 15일 시위 때 80여 개의 화염병이 사용되고 교통경찰까지 화염병 공격을 받은 사실을 부각시키며 "비이성적인 폭도들이 사용하는 화염병은 치명적인 무기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경찰은 실탄을 장전한 총기 등 적절한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가 '채찍과 당근' 두 가지 전술을 병용하는 것은 시위대로부터 강경파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한 직후 열린 8일과 15일 주말 집회에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 시위 초기 200만 명이 참여했던 때와 비교해 시위 동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에 염증을 느끼는 상당수 시민들을 시위장에서 떠나게 하기 위해 대화의 장을 적극 활용할 것으 로 보인다. 람 장관은 1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화가 대결보다 낫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며, 우리는 각계각층을 대화 플랫폼에 초대할 것"이라며 온건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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