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반토막' 내 놓고…경기교육청 "나갈래? 사인할래?"

6시간 근무·생활임금 일률 적용…220만원→150만원, 쪼그라든 월급
사전 협의는 한 번 뿐…연수원 간부 "전환 동의 안 하면 그만 둬야"
'졸속' 전환…시간외수당·명절수당 줬다 뺐은 교육청
경기교육청 "노사 합의 따라 진행된 사안 절차상 문제 없어"
공무직 노조 "교육청이 임금 보전 약속하고 노동자에 '사기'쳐"

사진=경기교육청 홈피 캡처
경기도교육연수원 청소노동자 김모(60)씨는 1년새 월급이 '반토막' 났다. 지난해 9월 1일부로 용역업체 소속 계약직에서 연수원이 직접 고용하는 무기계약직(특수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다.

전환 전 현장소장이던 김씨의 월급은 290만원. 전환 이후 월급은 150만원 정도로 140만원이나 줄었다. 나머지 청소노동자 9명도 70만원(220만원→150만원) 정도가 깎여 생계 자체가 곤란한 실정이다.

연수원은 당시 이들 10명과 전환 관련 협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그 중 한 번은 전환에 동의하는 근로계약서를 쓴 날인 전환 이틀 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사전 협의는 단 한 차례밖에 안 한 셈이다.

◇ 6시간 근무·생활임금 일률 적용…220만원→150만원, 쪼그라든 월급

15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1일을 기해 경기도교육연수원 등 직속기관과 각급 학교 청소노동자 2천여명을 직접 고용 형태의 특수공무직으로 전환했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근무시간은 하루 6시간으로 정해졌고, 임금도 2018년 경기도교육청 생활임금단가(시급 8,840원)가 일률적으로 적용됐다.

예외는 없었다. 하루 8시간 근무에 시중노임단가를 적용받아 220만원 정도를 받던 연수원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은 15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씨는 "전환 전 예금이 1천700만원 정도 있었는데, 1년만에 부족한 생활비 등으로 쓰면서 300만원 밖에 안 남았다"며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 중에는 연수원에서 주는 4천원 짜리 점심도 못 먹고 컵라면으로 때우는 직원도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사전 협의는 한 번 뿐…연수원 간부 "전환 동의 안 하면 그만 둬야"

이들은 전환 과정에서 근무시간과 임금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전환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전환 전 사전 협의는 한 번뿐이었고, 근무시간이 줄고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환 이틀 전 근로계약서를 쓸 때 처음 알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연수원 간부가 '퇴직'을 언급하며 사실상 전환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임금이 많이 깎이는데 계약서 안 쓰면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연수원에서 근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환 시점인 9월 1일부터는 근무를 못 한다고 했다"며 "당장 내일 일을 그만둬야 할 판에 누가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안 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또 해당 간부가 "시간외 수당으로 보상해 줄 테니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회유했다고도 전했다.

연수원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시간외 근무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주 52시간에 맞춰준다고 해서 10명 모두 사인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졸속' 전환…시간외수당·명절수당 줬다 뺏은 교육청

하지만 연수원측은 전환 초기 넉 달은 하루 2시간씩 시간외 근무를 인정해 주다, 올 1월부터는 시간외 수당 지급이 잘 못 됐다며 그동안 지급했던 수당까지 환수해 갔다.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교육청의 특수운영직군 취업규칙에 따른 조치였다. 연수원 간부의 약속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후 연수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7월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최근 환수당한 수당을 다시 돌려받게 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연수원측이 초과근무를 시킬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앞으로가 더 막막해진 실정이다.

청소노동자 최모씨는 "아예 연장근로마저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세금 등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120여만원"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이들 연수원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졸속으로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교육청은 지난해 추석과 올 설 명절 수당을 지급하면서 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각각 50만원씩 지급했다. 하지만 뒤늦게 근로계약서상 6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명절 수당이 37만5천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교육청은 또다시 추석과 설 12만5천원씩, 25만원을 이들의 통장에서 빼갔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은 노사 합의에 따라 진행된 사안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으로 대다수 시설미화원들의 처우가 좋아졌다"며 "다만 임금 하락이 많은 연수원 시설미화원들의 경우 정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 임금을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광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조직국장은 "교육청이 임금 보전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며 "임금은 깎이고 허울뿐인, 무늬만 정규직 전환 앞에 평생을 약자로 살아온 열 명의 노동자들은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며 임금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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