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캐나다·스위스·중국 등 7개국과 양자간 통화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와 다자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각각 체결한 상태다. 캐나다와의 계약은 만기와 한도가 없다. 한도가 설정된 통화스와프의 총액 규모는 달러 환산시 1300억달러 수준이다.
4000억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의 최소 3분의 1, 최대 무제한 규모로 우리 원화를 맡기고 대상국 통화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발발 등 유사시 외화유동성이 보장된다. 또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만으로 국가의 지불능력이 제고돼 국가신용도가 올라간다.
캐나다 달러와 스위스 프랑은 미국 달러의 통화가치 지표인 달러인덱스를 측정할 때 쓰이는 6대 주요통화에 해당한다. 현재 체결된 통화스와프 규모도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그렇더라도 우리 교역에 필수적인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에 비해 현재 계약 통화들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이전에 한미·한일 통화스와프가 한때 체결된 적이 있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아쉬워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11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재직 때 한일 통화스와프 한도를 700억달러까지 확대·연장했던 주역이다. 당시 한중 통화스와프도 560억달러까지 확대돼 지금에 이른다.
은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 당시 추진한 스와프 중 중국은 계속 있다는 측면에서 일본하고 새로 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팎의 정황을 감안하면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01년 20억달러로 시작돼 700억달러까지 확대됐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순차적으로 한도 축소가 이어져 2015년 완전히 종료됐다.
2016년 이후 재체결 논의가 간간이 진행됐으나 일본이 2016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소녀상 설치 등 '정치적 이유'를 들어 결렬을 선언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2017년초 "한국에 빌려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극언을 일삼기도 했다.
최근에도 '신뢰할 수 없다'는 비외교적 수사를 동원해가며 수출규제 도발을 벌인 일본 정부가 흔쾌히 체결에 나설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엔화에 비해 원화의 국제적 가치가 취약한 점도 일본을 재협상으로 이끌 유인이 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 정부 역시 국민감정상 일본에 구걸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다. 한일 통화스와프 기간 실제 엔화가 국내에 들어온 적도 없었다는 점도 시급성이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대목이긴 하다.
오히려 유일하게 스와프 발동 사례가 있는 데다, 실용성이 가장 큰 것은 한미 통화스와프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10년 300억달러 규모로 체결된 바 있고, 이에 따라 미국 연준으로부터 달러 지원이 이뤄져 당시 국내 금융불안이 무마됐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전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죄'에 따라 미국은 우리 외에 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와도 통화스와프를 맺고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한미 통화스와프 역시 재계약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미국은 유로·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위스 프랑 등 주요 기축 통화국 외에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니면 비선진국과는 상시 통화스와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노력을 해왔지만 성과는 없었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과의 통화스와프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