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다다익선' 복원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다다익선'의 보존 기획을 수립한 국립현대미술관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이날 '다다익선'이 완성된 시기부터 작동이 중단된 현재까지 30년간의 경과와 최종 복원 계획을 설명했다.
박 연구관은 "'다다익선'의 시대성을 유지하는 것은 미술관의 임무"라며 "백남준 생전 당시 만든 모니터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원형 유지' 형태의 복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모니터 부품의 특성상 수명이 확실히 존재하기에 "원본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되 최신 기술을 부분적으로 병행해 복원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남준의 대표 작품인 '다다익선'은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작품이다. 1천 3대의 TV 모니터를 사용한 탑 형식으로 높이는 18.5m, 지름은 11m, 무게는 16톤에 이른다.
제작 당시 사용된 TV 모니터인 CRT 모니터의 노후화로 인해 2000년대 부터 고장과 수리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작품 상단부의 누전현상이 발생, 화재 위험으로 인해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미술관은 국내외 미술 기관 전문가 등의 협력과 자문을 받아 '다다익선'의 복원 계획을 수립했다.
자문 결과 다다익선의 복원 방향은 크게 작품의 원형인 'CRT 모니터를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과 '신기술을 적용한 모니터로 교체'하는 방안으로 나뉘었다. 소수 의견으로는 '서서히 소멸해 가도록 두자'는 의견과 '완전히 해체·보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다다익선' 작품에 사용되는 CRT 모니터는 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미술관 측은 미디어 작품을 위한 CRT 모니터의 재생산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또 동일 기종의 중고품을 구입·수리하고 최근 대두되는 CRT 재생기술 연구를 위한 국제적 협업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품 확보 어려움 등 한계로 인해 다른 모니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LCD(LED), OLED, Micro LED 등 대체 가능한 최신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기존 CRT 모니터와 혼용해 사용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미술위원회 윤양수 과장은 "'다다익선'에 사용된 CRT 모니터가 5종류 인데 그 중 6인치 모니터는 생산이 어렵다. 이런 것은 최대한 신기술을 적용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CRT 모니터로 대체를 해도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최소한 10~15년 정도의 수명을 보고 이후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술관은 올 연말까지 복원 사례 조사 및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내년부터 3년간 '다다익선'의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아울러 작품 보전 강화를 위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복원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연구백서로 발간할 예정이다. 또 백남준 작가와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를 정리해 관련 전시도 추진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다다익선' 복원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미술관 의지를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