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가정내에서는 남녀의 구분이 있고 하는 역할도 달라 대체로 남성들은 여유있는 명절을 여성들은 힘겨운 명절을 보내는게 아직은 일반적이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촌'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명절이 다가오면 시부모를 만날 일, 친가와 처가를 균형있게 챙기는 것, 가사일을 어떻게 나눌 것인 지 등 디테일한 일상들을 놓고 부부간, 부모-자식간, 고부간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우리 옛말은 궁핍하고 빈한하던 시절 명절때만이라도 잘먹고 잘 지낼수 있다는 기대에서 나온 말로 이미 경제적 풍요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21세기 한국 가정에는 더 이상 맞는 말이 아니다.
대가족의 해체와 내 가족중심주의, 경제적 여유는 고향가서 음식 만들고 차례 지내고 가족끼리 덕담.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나누는 추석명절의 일상을, 가족단위의 여행과 힐링명절 같은 나만의 개성있는 명절나기로 변천시키고 있다.
징검다리 연휴라도 이어지면 명절 연휴기간 대양주나 유럽행 항공편이 매진되고 국내 유명 유원지나 호텔방이 풀부킹되는 건 요즘의 새로운 트렌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명절을 나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명절마다 겪게되는 명절 증후군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 설명절때인 2019년 2월1일~11일까지 성인남녀 2044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명절사례와 성평등 체감지수, 호칭변경안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더니 '명절 평등점수'는 평균 49.6점이었고 남녀 간 점수 차이는 23.08점이나 됐다.
여성가족재단이 조사한 주요 불평등사례는 다음과 같다. A씨(30대 여성)는 "시댁에서 며느리인 나는 3일 내내 음식준비며 차림을 하는 동안 남편은 휴식과 식사만 했다", B씨(30대 여성) "평등이 없었다. 일하는 여자들과 노는 남자들"이라는 불만을 나타냈다.
C씨(40대 여성)는 "예전 가부장적 사고방식이라 남녀가 한 상에서 같이 식사를 하지 않아요"라고 문제의식을 나타냈는데 의외로 연령대를 불문하고 남녀가 다른 상에서 식사를 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았다.
여성들이 꼽은 명절 성차별 사례 '탑5'는 1.에미야 상 차려라, 전 부쳐라 2.여자는 공부 잘해도 소용없다 3.여자들은 따로 상차려 부엌에서 먹는 것 4.여자는 살찌면 안되니까 조금만 먹어라 5.여자는 나이들면 안돼 젊고 예쁠때 얼른 결혼해라 였다.
남성들이 꼽은 성차별 사례 '탑5'는 1.아내를 도우려 해도 남자라서 안된다 2.남자가 돼 가지고.. 3.남자가 가장 노릇하려면 집 한 채는 살수 있어야지 4.남자가 그런 것도 못들고 어떡하니 5.여자는 제사지내는 거 아니야 어디 감히? 등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차별이 엄연한 현실에서 '명절 음식준비와 운전, 집안일 나눠서 한 것'을 성평등 명절사례 1위로 들었다. 전체 성평등 사례 1298건 가운데 66.8%인 867명이 가사나누기를 꼽은 것으로 집계됐다.
처가와 친가 방문순서를 평등하게 하는 것도 297명(22.9%)으로 높아 부모님 방문에도 차별이 존재했음을 나타내준다. 명절 가사 나누기 사례에는 "결혼 8년만에 남편이 전부치기에 참여했어요" "설거지 당번을 사다리 타기로 결정했어요" "운전을 번갈아 가며 했어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대표적 시집과 친정 차별 호칭으로 지목돼 온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호칭은 '이름으로 부르자'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서방님→ ~씨,님(1003명), 도련님→~씨,님(1077명), 아가씨→~씨,님(1094명)이었다.
이외에 시댁→ 시가로, 친할머니.외할머니→ 할머니로 통일, 여자가 돼가지고~→ 사람이 돼가지고~ 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시민제안도 나왔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명절 풍속도가 성평등하게 바뀌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며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특정 성에 짐을 지우는 것을 개선해 나간다면 모두가 더 행복한 명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