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자상거래 신화, 마윈의 시대가 저물다

1999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동료 17명과 세운 알리바바 시가 총액 549조원의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10일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사퇴.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국 전자상거래의 절대강자인 알리바바를 설립한 마윈(馬雲·55)이 창사 20주년이 되는 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알리바바는 마윈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장융(張勇) 현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제2막에 접어들게 됐다.

마윈은 정확히 20년 전 이날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자본금 50만 위안(약 8천300만원)을 기반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한 이후 알리바바를 시가총액 4천600억 달러(한화 약 549조원)의 매머드급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 사범대 졸업하고 영어 강사 출신 마윈 중국 IT 산업의 거인

항저우사범대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던 전력에서 알 수 있듯 마윈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창업자하고는 거리가 있었다. 어린 시절 사고뭉치로 초등학교만 세 번 옮길 정도였지만 외국인만 보면 무조건 말을 걸어 영어를 터득할 정도의 적극적인 성격은 그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회장으로 변모시켰다.

1995년 미국 출장에서 접한 인터넷에 자신의 명운을 걸기로 작정한 것도 이런 적극적인 성격이 한 몫 했다. 중국기업들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차이나 옐로 페이지’를 창업했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던 상황에서 너무 이른 창업이 사업 실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실패의 경험은 고스란히 1999년 알리바바 창업의 밑바탕이 된다. 창업 이듬해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마윈과 알리바바는 그야말로 등에 날개를 달게 됐다.

사업 초기 기업 대 기업(B2B) 거래에 비중을 뒀던 알리바바는 이후 중국의 인터넷 보급이 빨라지자 2003년 기업 대 소비자(B2C)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寶)를 만들어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타오바오 초기에 이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마윈은 입점 상인들로부터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이베이의 점유율을 뺏어 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4년 내놓은 전자 결제 플랫폼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가 현금을 대신할 만한 결제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타오바오와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또 중국 IT 기업을 대표하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년 전 18명의 임직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지난 3월 말 현재 임직원 10만1천958명에, 지난해 매출액이 3천453억 위안(57조9천억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윈 자신도 세계적인 갑부 대열에 올라섰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 집계에 따르면 마 회장과 가족들의 재산은 390억 달러(약 47조원)로 중국 최고 부자다.


◇ 포스트 마윈, 장융의 알리바바 시험대 올라

마윈의 사퇴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마윈은 지난해 9월 10일, 장융(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를 자신의 후계자로 공식 지목했다.

장융이 창업자 그룹이 아닌 외부 발탁인사라는 점과 회계 전문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상하이 사무소에서 일한 뒤 중국 게임회사에서 재무 책임자로 일하다가 마윈에 의해 직접 발탁됐다.

장융은 CEO로 임명된 지난 2015년,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성공시키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못지않은 쇼핑 축제, ‘광군제’로 정착시켰다. 2009년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할 때 하루 매출액 5000만위안(83억5000만원)에 불과했던 광군제 행사는 2018년에는 무려 4270배 증가한 2135억위안(35조6900억원)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유통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타오바오가 가짜 상품으로 골머리를 앓자 가격이 좀 더 비싸도 진품 인증을 받은 상품만 다루는 고급 상품만 다루는 티몰(天猫)을 별도로 만들어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혔다. 마윈이 이미 수년 전부터 장융을 CEO에 앉히고 주요 경영을 맡겼다는 점에서 최고 경영자 공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융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윈과는 달리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별명인 ‘샤오랴오쯔(逍遼子·소요자)가 직역하면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처럼 그의 경영스타일도 자유분방하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장융 회장의 앞길에도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알리바바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마윈의 그림자를 어떻게 대체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도 날이 갈수록 만만치 않다. 류창둥(劉强東) 회장이 이끄는 징둥닷컴과 중소도시, 농촌 지역의 소비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신생 업체 핀둬둬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알리바바의 절대 우위를 지킬 수 있다. 아직까지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 대부분의 신사업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장융 신임 회장이 해결해야 하는 불안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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