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보상은 커녕 복구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을장마가 계속된 9일 오후 찾은 청주시 미원면 내산리 이해명(67)씨의 논도 사흘 전 태풍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수확은 앞둔 벼의 20% 이상이 맥없이 쓰러지면서 일년 내내 피땀흘린 수고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아 가며 넘어진 벼를 홀로 일으켜 세워 보던 이 씨는 이내 먼하늘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피해 면적만 무려 4600㎡가 넘어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태풍 피해에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아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 씨는 "전에도 태풍에 벼가 조금씩 쓰러지긴 했어도 이렇게 한꺼번에 모두 쓰러지긴 처음"이라며 "나중에 조금 익으면 베어 버려야 할 정도로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쳤다"고 망연자실했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도내 태풍 피해 농경지는 무려 1300여농가 429.6ha에 달하고 있다.
전체 70% 가까이가 수확을 앞둔 과수 낙과(214.9ha)와 벼 쓰러짐(160.7ha)이었다.
지역별로는 괴산(97.3ha)과 영동(63.3ha), 보은(60.6ha)에 집중됐다.
특히 오는 17일까지 농작물 피해 접수가 가능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마당에 추석 연휴까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실은 복구 인력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현재 도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면적도 전체 25.2%에 불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농가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 수확의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는 농민들의 깊은 한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