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두 달… 숫자로 본 '일본車의 추락'

상반기 역대급 실적 기록했지만 불매운동에 추락
7월, 8월 모두 판매량 두 자릿수 감소
판매량 TOP5에서도 일본車 모두 퇴출
수입차 시장 점유율 20%→13%→7% 추락
月 58대 팔린 닛산은 '한국 철수설'
쏟아지는 중고 매물에 중고가도 타격 전망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경제 제재에 반발해 일어난 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식음료와 의류, 여행 부문만큼이나 큰 타격을 받은 일본 제품은 '자동차'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을 기점으로 일본차 모든 브랜드의 판매량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이상 급감했다.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사(社)에서도 일본 브랜드가 모두 사라졌고 20%에 이르던 일본차의 한국 수입차 시장점유율도 7%로 떨어졌다. 자동차 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매운동의 영향이 상당히 빨리 반영된 것으로 닛산은 철수설까지 나왔다.

◇ 날개 돋친 듯 팔렸던 일본車…불매운동에 추락

그래픽=강보현 PD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차 브랜드는 한국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독일과 미국 브랜드 등 전체 수입차 시장의 부진에도 일본차의 상반기 판매량은 꺾이지 않았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1조 1,97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7년 매출액 1조 49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1조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토요타의 2018년 영업이익률도 5.7%로 수입차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도 무섭게 성장하며 일본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9년 만에 최고치인 21.48%를 기록했다. 즉, 한국에 돌아다니는 수입차 5대 중 1대가 일본차였다.

날개 돋친 듯 팔린 일본차의 성장세는 7월을 기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경제 제재에 맞서 국내에서 일어난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되자 모든 일본차 브랜드의 7월 판매량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일본차의 맏형 격인 토요타와 렉서스의 7월 판매량은 직전 6월과 비교해 각각 37.5%, 24.6% 감소했다. 특히 렉서스는 982대 판매에 그쳐 월 1,000대 판매선이 무너졌다.

혼다는 6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41.6% 감소했고 닛산도 19.7% 감소했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역시 6월보다 판매량이 25.1% 감소했다.

일본차의 추락은 8월에도 이어졌다. 불매운동의 영향은 7월보다 더 거셌다.

렉서스의 8월 판매량은 603대로 7월과 비교해 38.6% 감소했다. 토요타도 37.3% 감소하며 월 판매량이 542대에 그쳤다.

혼다와 닛산의 8월 판매량은 그야말로 고꾸라졌다. 두 회사 모두 8월 판매량이 7월 대비 70.5%, 74.6% 감소했다.

닛산은 자사의 핵심이자 주력 모델인 알티마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고도 월 판매량이 58대에 그쳐 고급차 브랜드인 포르셰(280대), 마세라티(124대)보다 판매량이 적었다. 일부 외신에서는 "닛산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쏟아냈다.

결국 불매운동 이전인 6월에만 3,945대가 팔리며 판매량이 4,000대에 육박했던 일본차는 7월 들어서는 2,674대로 떨어졌고 8월엔 1,398대까지 추락했다.

◇ TOP5에서 이탈… 점유율도 한 자릿수

그래픽=강보현 PD
'국내 수입차 판매량'에서 늘 상위권에 포진하던 일본차였지만 현재는 모두 사라졌다.

올해 5월, 국내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사는 벤츠와 BMW, 렉서스, 토요타, 혼다였다. 6월에도 벤츠, BMW, 토요타, 렉서스, 지프로 일본 브랜드 두 곳이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현재 일본차는 TOP5에서 모두 이탈했다.

8월 판매량 상위 5개사는 벤츠(6,740대), BMW(4,291대), 미니(1,095대), 볼보(883대), 지프(692대) 순으로 재편됐다. 렉서스(603대)는 6위로 추락했고 토요타(542대)는 9위로 밀려났다.

일본차의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올해 6월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은 20.35%였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 13.75%로 감소했다.이어 8월엔 7.7%까지 떨어지며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바뀌었다.

업계는 자동차 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매운동의 영향이 상당히 빨리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는 상품 특성상 구매 계약 후 차량 인도, 등록까지 시간 차이가 존재하다. 즉, 불매운동 이전인 올해 6월에 계약을 맺고 7월에 인도받은 고객이 상당수 존재할 것임에도 7월에 즉각 불매운동의 영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업계는 현재 일본차의 중고매물까지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차량 중고가격도 곧 타격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SK엔카 사업총괄본부 박홍규 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 이슈 이후 일본 차에 대한 문의나 조회가 줄어들고 있지만 중고차 신규등록대수는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곧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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