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발주한 군청은 주민 피해를 줄일 대책을 마련하겠다지만, 늘어날 사업비 부담에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안과 맞닿아 있는 기장군의 한 마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40여 가구가 거주하는 주택가와 공사장 가림막이 마주 보고 있다.
가림막 바깥쪽에서는 대형 크레인이 연신 공사 자재를 나르고, 빈 테트라포드에 시멘트를 채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기장군은 지난 2017년, 해마다 반복되는 이곳 마을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해안 쪽 땅 매립과 방파제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마무리한다던 공사가 지난달 말로 한차례 연장하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목에 손수건을 건 한 60대 여성 주민은 "바람만 불면 공사장에서 집으로 먼지가 날아와 창문도 못 열고 밖에도 못 나오겠고, 목이 아파 밤만 되면 기침이 멈추질 않아 못 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여성 주민도 "코앞에서 매일 레미콘 돌아가고 대형 덤프트럭이 드나드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2년 넘게 반복되니 살 수가 없다"면서, "마을에 고령자가 많아 암 환자 등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 공사 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주민들은 특히 방파제 조성에 쓰는 대형 테트라포드를 만드는 작업을 매립 공사가 끝난 집 바로 앞에서 하다 보니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한다.
또 다른 60대 주민도 "나사 박는 작업을 오전만 되면 하는데, 아마 데시벨을 측정하면 바로 옆에서 열차 지나가는 소리보다 더 크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를 발주한 기장군청은 소음과 분진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사장 작업 시간을 조정하고 살수시설을 가동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테트라포드 제작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소음 피해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기장군청 관계자는 "테트라포드를 다른 곳에서 만들면 운송비가 엄청나게 든다"면서, "사업비가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공사비를 댄 고리1호기 합의사항 추진위원회, 공사장 인근 주민과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