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이를 통해 대미 메시지가 나올 것인지가 관심이었지만 그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채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해 김 위원장과 면담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북한 방문 당시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했었다.
이 번에는 리수용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만 만나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그쳤다. 북미실무협상에 대비한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10월초 방중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일부에선 중국 건국 70주년인 10월 1일, 북중수교 70주년인 10월 6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방중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을 포함해 지난해 초부터 올초까지 4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점에 비춰 이 번에 방중이 이뤄지면 북미대화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북미실무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더라도 시진핑 주석의 지난 6월 말 방북에 대한 답방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간에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건 아니다"며 "시주석 입장에서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경우 핵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돼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북미정상들이 2~3주내 열기로 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은 두달 넘게 안갯속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간 고위급 접촉도 리 외무상이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방한 당시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리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 등이 폼페이오 장관을 맹비난하는 등 대화재개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지금 북미대화 재개 전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