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사회적 소수자 다룬 작품 지향할 것"

[현장]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85개국 303편 영화 초청, 개·폐막작 감독 모두 '뉴 커런츠' 출신
아시아 영화 중 40%가 신인 감독 작품
전양준 집행위원장 "넷플릭스 영화 배척하지 않아, 영화가 좋으면 얼마든지 상영"
차승재 아시아 필름 마켓 위원장 "토털 마켓 목표로 열심히 일해보겠다"
이용관 이사장 "대대적인 조직·인사 개편, 재도약하고 또 다른 경계 서도록 노력"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관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한 영화 발굴을 지향하고, 작품만 좋다면 넷플릭스 영화도 얼마든지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이하 '부산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차승재 아시아 필름 마켓 위원장이 참석했다.

올해 24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총 85개국 303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그중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은 장편영화 97편, 단편영화 23편으로 120편이다.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장편 29편, 단편 1편으로 30편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장편영화를 100편 가깝게, 97편 초청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영화제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부산영화제에 거는 전 세계 영화인의 기대,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영화제인 부산영화제에 대한 바람이 집약된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수치는 23회 때는 부산영화제가 결코 꿈꾸지 못했던 수치다. 내친김에 좀 더 노력해서 내년에는 95개국 125편의 장편 월드 프리미어를 초청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 집행위원장은 "또 덧붙여서 말씀드릴 것은, 이 중 여성영화 감독이 만든(단독 혹은 공동연출) 작품은 전체 수치의 27%에 해당된다. 이 부분도 내년까지 좀 더 노력해서 세계 최고 수준인 35%에 이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그리고 프로그래머의 재량, 역량에 맡겨서 성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들의 이슈를 다룬 작품들도 선진적으로 지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전 집행위원장은 "사회적 약자 배려, 그들의 문제에 공감하는 영화가 (국내 영화제에서는) 전반적으로 많지 않고, 영화제에서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게 서구 영화제와 국내 영화제의 아주 큰 차이"라며 "메이저 영화제에서 그 기능을 부분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가부장적이거나 남녀 차별적인, 다소 편향된 관점의 프로그래밍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지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올해 아시아 영화 특징으로 신인 감독들의 활약을 들었다. 그는 "전 세계 영화 경향과도 비슷한데 전체 중 40%가 신인 감독 작품이다. 최근 부산영화제가 지난 3~4년 동안 좋은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뉴 커런츠' 부문에서, 올해 14편 수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동아시아에 의해 독점돼 온 화제작과 걸작들이 경쟁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게 되면서, 아시아 전 지역에서 수작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차승재 아시아 필름 마켓 운영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
그동안 뉴 커런츠 부문 작품 수급이 어려웠던 이유에 관해서는 "부산영화제의 자랑이었고, 아시아 영화 관련해서는 석학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지석 부위원장의 부재(* 2017년 5월 별세) 때문"이라며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명의 프로그래머에게 담당 지역을 나눴다"라고 답했다. 전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수급 작품 수가 10편이었으나 올해는 적정선(14~15편)을 회복했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1번째 혹은 2번째 장편을 소개하는 경쟁 부문 '뉴 커런츠'에서 발견한 감독들의 작품이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눈에 띈다. 2015년 '호두나무'로 뉴 커런츠 상을 받은 카자흐스탄의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개막작으로, 2016년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넷팩상을 받았던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가 폐막작으로 꼽혔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카자흐스탄 버전의 서부극으로 평가받는다. 가족을 사랑하는 한 남자가 마을 사람들과 말을 팔러 갔다가 말도둑들을 맞닥뜨리는 영화다.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사말 예슬리야모바가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이 출연한다.

전 집행위원장은 "뉴 커런츠 경쟁 부문 감독을 개·폐막작에 초청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다.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APM)과 아시아 시네마 펀드(ACF)가 큰 결실을 보는 시기에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더더욱 ACF 지원 작업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우노필름, 아이픽처스를 거쳐 싸이더스 부사장, 싸이더스픽쳐스 대표로 오랫동안 제작 현장에 있었던 차승재 씨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필름 마켓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차 운영위원장은 "저도 선배 프로듀서로서 아시아 필름 마켓을 쉬프트 업하는 데 한몫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 역할을 맡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모습. 맨 오른쪽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황진환 기자)
차 운영위원장은 "수평적으로 외연을 확장해 보자. 단순한 필름 마켓이 아니라 영상 콘텐츠 마켓으로, 올해는 그런 전략을 가져보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를 만들었다. 아시아 방송 콘텐츠 영역의 키 플레이어들과 네트워크를 이 마켓으로 가져오는 게 중요한 해"라며 "중기적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상 콘텐츠 마켓으로 일단 바뀌는 것을, 중장기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여러 웹 콘텐츠, K팝 같은 뮤직 콘텐츠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토털 마켓으로 가는 걸 목표로 해 열심히 일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부연했다.

"올해 2년차 이사장을 지내고 있는데 그 직함에 아직 제가 어울리지 않아서 이 자리가 낯설다"라고 긴장한 모습을 보인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해 목표가 '정상화'였다면 올해는 '재도약'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조직·인사 개편, 프로그래밍 재개편을 해 재도약의 시기로 삼고자 한다. 내년 25주년을 맞아 저희 부산영화제가 글로벌한 국제영화제로서 재도약하고 또 다른 경계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실제로 정상화, 안정화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이사장은 "작년에 수술하기 대단히 어려운 몸이었는데 그런데도 수술 감행한 격이 됐다. 갈등이 많았고 현재도 남아 있다. 그런데 그 갈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정도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고, 그게 올해 영화제 결과로 나타날 것 같다. 오히려 그 갈등을 넘어서는 게 예상보다 빨리 올 것 같아 속으로는 대단히 기뻐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끝나면 그런 부분은 많이 치유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부산영화제가) 선댄스-토론토-로테르담(영화제)의 공통분모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비경쟁 영화제로 계속 갈 것이고, 토론토-선댄스-로테르담 영화제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면서 넘어서고 싶다"라고 밝혔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 동안 진행된다. 부산 영화의전당·롯데시네마 센텀시티·CGV 센텀시티·메가박스 해운대(장산)·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롯데시네마 대영 등 6개 극장 37개 스크린에서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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