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고지서, 납세자에게 등기우편 전달 안 됐다면 '무효'"

법원 "본인에게 실제 배달 안 됐다면 수령했다고 보기 어려워"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서 세무서 상대로 승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납세고지서가 등기우편으로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토대로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이길범 판사)은 지난달 14일 서 모 씨가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동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이 자신에게 전달되지 않은 납세고지서 송달을 전제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납세고지서의 교부송달과 우편송달은 반드시 납세의무자 또는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실제 수령행위를 전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 법리에 비춰볼 때 이 사건 납세고지서의 송달은 부적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함께 거주하는 서 씨의 누나가 자신이 없을 때 우편함에 넣어달라고 집배원에게 부탁해 집배원이 서 씨의 등기우편을 우편함에 넣어두고 갔더라도 이를 일반적인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 씨의 누나가 집배원에게 했던 부탁은 납세고지서 등기우편이 아닌 다른 등기우편과 관련된 일회성 부탁에 불과한 것이었고 해당 납세고지서에 대해선 그와 같은 부탁이 없었다"라며 "설령 받는 이의 편의를 위해 이같은 반복적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집배원을 서 씨의 피고용인 등으로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법이 규정하는 등기우편 방식에 위배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무서장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하고 납세자에게 부과처분의 내용을 자세히 알리고 이에 대한 불복 여부 결정과 신청도 편리하게 해야 한다"라며 "적법한 납세고지가 없이 이뤄진 과세처분은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장법인의 대표이사를 지낸 서 씨는 2009년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중 600만 주가 넘는 일부 주식을 두 차례에 걸쳐 양도했다.

문제는 해당 관할이었던 동대문세무서 측이 2017년 4월 서 씨에게 등기우편으로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시작됐다. 고지서를 서 씨가 직접 받지 못했고 같은 해 5월 함께 사는 서 씨의 누나가 대리 수령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세무서가 5억 8천여만 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세무서 측은 고지서 송달일로부터 90일이 지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서 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또다시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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