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전후로 조국 가족 펀드의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조 후보자의 5촌 조카와 조 후보자와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업계 내에선 상당히 넓게 퍼져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조 후보자 가족 펀드가 투자했던 가로등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가 2차전지 회사 더블유에프엠(WFM)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자유한국당은 지적했다.
◇ 비상장 웰스씨앤티 우회상장 시도?…전환사채 발행 후 정관변경
코링크PE가 운용하는 펀드과 관련된 업체들(웰스씨앤티‧WFM)이 우회상장 의심을 받는 이유 중 주요 단서로 ▲비상장회사 웰스씨앤티의 전환사채 발행 등 가치 부풀리기 ▲정관변경으로 두 업체의 사업목적 통일 등이 꼽힌다.
코링크PE 산하 펀드 4개 중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대주주인 웰스씨앤티가 2017년 8월 9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발행을 통해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한국당 김용남 인사청문TF 위원은 지적했다.
또 2017년 11월 웰스씨앤티는 정관 변경을 통해 2차전지 등 사업목적을 추가하는데, 이는 코링크PE 산하 또 다른 펀드인 '배터리코어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WFM의 정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 합병을 준비한 정황으로 추정된다.
비상장회사인 웰스씨앤티의 가치를 부풀린 후 상장회사인 WFM과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웰스씨앤티에 약 14억원을 투자한 조 후보자 가족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우회상장을 통한 차익 실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도 이같은 우회상장·시세차익 의혹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코링크PE가 시도한 우회상장 방식의 불법성에 대해선 코스닥 상장사들 다수가 현재도 이같은 방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불법으로 규정하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전환사채(CB)는 기업에 빌려준 돈을 상환 날짜에 이자와 함께 돈으로 받거나, 일정 가액 주식으로 대신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해당 기업이 성장세가 보이면 주식으로 받고, 반대일 경우엔 원금과 함께 이자(통상 시중금리 이하)를 받을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좋은 상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통상 우량기업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에겐 최적의 상품이지만 반대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자금 조달 등 시급한 사유가 있는 기업들에서 주로 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웰스씨앤티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2017년 9월 26일부터 오는 2020년 7월 28일까지 약 3년 기한 전환가격 2만원의 총 9억원 상당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예를 들어 전환가격 2만원 기준인 웰스씨앤티의 전환사채 10만원 어치를 산 투자자는 2020년 7월경 주식 또는 현찰(이자 포함) 중 자신이 선택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웰스씨앤티의 한 주당 가격이 2만원 이하일 경우엔 원금 10만원과 적정 이자를 선택할 수 있고, 주당 가격이 2만원 이상으로 오를 경우엔 총 5주(10만원/2만원)로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웰스씨앤티가 급성장해 주당 가격이 4만원으로 올라가면, 10만원 어치를 산 투자자는 약속대로 5주를 보유할 수 있기에 20만원(4만원*5주) 가치를 확보하게 된다. 해당 가격대에서 5주를 모두 팔면 차익이 약 10만원(세금 별도)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비상장기업의 가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준이 엇갈려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웰스씨앤티가 전환가 2만원의 사채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이미 주당 2만원의 가치를 인정한 셈이고, 이 과정에서 '짜고 치는' 식의 가치 부풀리기가 벌어졌다는 게 한국당이 의심하는 대목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3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웰스씨앤티와 WFM의 정황을 보면 합병을 준비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면서 "그러나 비상장 회사의 가치를 높게 보고 투자를 했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보긴 힘들다. 조 후보자가 해당 회사에 관급 공사를 밀어주는 등 외압의 정황 같은 게 나와야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도 통화에서 "백도어 리스팅(back door listing·우회상장)은 이 업계에선 흔한 일인데, 작은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상장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사실 기관투자자들은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며 "비상장회사들은 시가총액을 계산할 때 시장에서 평가된 객관적 기준이 없어서 평가도 들쭉날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WFM 측은 우회상장 의혹에 대해 "어떠한 업무 및 논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 野, 관급공사 수주 등 '정치 테마주' 의혹 제기…업계 내 소문도
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웰스씨앤티는 관급공사 수주로 최근 들어 급성장했고, WFM은 회사 규모 등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업계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홍보전에 나선 점이 '정치 테마주'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웰스씨앤티는 2017년 인천시에 가로등 양방향 점멸기 2개 납품을 시작으로 최근 2년 간 지자체 등에 총 177건을 납품, 점멸기 2600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급공사 매출도 2017년 약 11억원, 2018년 17억원 상당으로 약 60%이상 늘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2017년 5월 이후 관급공사가 급증한 점을 근거로 야권에서는 '코링크PE-블루1호펀드-웰스씨앤티'로 연결되는 유착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2차전지 음극재 생산업체로 알려진 WFM도 지난해 9월 군산공장에서 열린 투자홍보(IR) 행사 당시 참석한 투자자들이 조 후보자의 5촌 조카가 해당 업체의 실소유주란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재무구조나 업체 상황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조 후보자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히든 밸류(숨겨진 가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코링크PE와 관련된 웰스씨앤티와 WFM의 합병 시도와 조 후보자의 존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투자유치 등을 종합하면, 결국 조 후보자가 가족이 투자한 펀드는 4차 산업을 표방했지만 실체는 '정치 테마주'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테마주에 속한다고 모든 업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선처럼 큰 선거를 앞두면 별별 정치 테마주가 다 나온다"며 "WFM도 이미 2017년 대선 당시 업계에서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있어서 여의도 기관투자자들은 손을 대지 않았던 종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