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이후 반일 감정이 커지면서 인천 중구청 앞에 설치된 일제시대 청년을 모습을 형상화한 ‘인력거 동상’을 철거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즐거운 사진 찍기용’ 소품으로 강제노역 중인 조선 청년의 인력거 대신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전날 제기됐다.
청원자는 “인천 중구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가치가 깊게 새겨진 옛 일본 영사관 앞에 ‘강제로’ 설치한 인력거를 철거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옛 일본 영사관 건물터에 있는 중구청 앞에는 언제부터 인력거 1대가 항상 대기 중”이라며 “젊은 인력거꾼이 걸친 왜색 윗옷에는 ‘인간의 힘(にんげんのちから)이라는 일본어가 적혀 있고, 버선발 대신 일본 전통 신발을 신고 있어 무엇을 위한 조형물인가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제강점기 인력거는 하층 노동을 의미하고, 하층 노동에 종사한 사람들은 조선 청년들이었다”며 “이 인력거 동상을 보면 굴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구청 앞은 일제시대 당시 개항장 거리이자 조계지(개항장에 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이기 때문에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다면 일제의 가치가 깊게 새겨진 ‘인력거 동상’ 대신 일제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보복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일본풍 거리를 조성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앞서 인천 중구는 지난 2007년 4억 3000만원을 들여 구청 앞에 일본풍 거리를 조성했다. 과거 일본 조계지였던 구청 정문 앞 건물 14곳을 지원해 건물 외벽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당시 이 사업은 시민단체와 학계로부터 “리모델링이 건물 앞면에 30㎝ 정도 두께의 목재 장식물을 덧댄 것에 불과해 역사적 의미가 없는 복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중구는 지난 2014년 별관 청사 앞길에 일본 전통 장식물인 복고양이(まねきねこ·마네키네코) 한 쌍과 인력거 동상을 세웠다. 개항장 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장소로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지나친 일본풍 치장’이라며 반발했다.
최근에는 한일 갈등이 이어지면서 일본풍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중구에 접수되고 있다. 이번 청원 역시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청원은 28일 오전 기준 200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중구는 이번 청원과 관련해 해당 시설물에 대한 조치에 대해 고민 중이다.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은 전날 인천시에서 열린 월미바다열차 개통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해당 시설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동안 명분이 없이 정리할 수 없었지만 지적이 나온 만큼 해당 시설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철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