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같은 동생? 누나 따르고 받쳐줘야죠"

배드민턴 혼합 복식 서승재-채유정, 첫 세계선수권 8강

'환상의 콤비' 한국 배드민턴 혼합 복식 서승재(왼쪽)-채유정이 22일(한국 시각) 2019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바젤=공동취재단)
한국 배드민턴 혼합 복식 서승재(22·원광대)-채유정(24·삼성전기) 조가 첫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순항을 이어갔다. 왼손잡이 연상연하 조합의 호흡이 점점 무르익으면서 혼합 복식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둘은 22일(한국 시각) 스위스 바젤의 장 야콥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니핏폰 푸앙푸아펫-사비트리 아미트라파이(태국) 조를 2 대 0(21-17 21-6)으로 완파했다. 이틀 전 왕치린-청치야(대만) 조를 2 대 0으로 누른 32강전까지 대회 2연승을 달렸다.


첫 세계선수권 출전에서 8강에 올랐다. 서승재-채유정은 호흡을 맞춘 지 1년여 만에 세계선수권 입상을 노리게 됐다.

혼복 세계 랭킹 7위인 서승재-채유정에게 태국 선수들은 역부족이었다. 둘은 1세트를 20 대 12까지 앞서다 연속 5실점하긴 했지만 상대 실수를 유발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사기가 꺾인 태국 조는 2세트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채유정이 전위에서 재치있게 상대 흐름을 끊었고, 서승재는 큰 키(181cm)를 이용한 파워 넘치는 스매싱으로 압박했다. 채유정은 다소 키(163cm)가 작지만 상대의 빈 코트를 찌르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2세트 초반 예리한 드롭샷으로 푸앙푸아펫이를 넘어뜨린 뒤 반대편 코트로 공격을 집중시킨 장면이 압권이었다.

서승재-채유정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결성됐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우승을 이룬 인도네시아 조에 막혔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스페인마스터스와 독일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등 19위였던 랭킹을 7위까지 올렸다. 안재창 대표팀 감독은 "내년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과 함께 혼합 복식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모두 왼손잡이에 장단신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채유정은 "둘 다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들에 익숙해진 상대가 약점을 노리는 습관이 오히려 반대인 우리에겐 이득이 된다"고 귀띔했다. 서승재도 "누나가 앞에서 워낙 잘 해서 상대가 올리는 공을 뒤에서 때리면 된다"고 거들었다.

지난 3월 독일오픈 우승 당시 경기 모습.(사진=요넥스코리아)
호흡도 척척 맞는다. 채유정은 "아무래도 누나니까 플레이나 멘탈 부분에서 내가 얘기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이어 "서승재가 듬직해 오히려 동생 같다"는 말에 채유정은 "아니에요"라면서도 "의젓함이 있어서 의지하는 부분도 있는 오빠 같은 동생"이라고 치켜웠다.

서승재도 "누나가 워낙 잘 해서 내가 따라가려고 한다"면서 "앞에서 못 잡으면 어떻게해서든 받아주려고 하는데 그러면 누나가 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화답했다. 서승재는 전날 혼합 복식에서도 최솔규(24·요넥스)와 함께 32강 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조를 잡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5월 이후 다소 부진하며 올림픽 출전 포인트 랭킹에서는 19위에 머물러 있다. 올림픽 출전 경쟁이 마무리되는 내년 4월까지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기에 대회 연승에도 이들은 승리의 기쁨보다 긴장감이 더 드러났다. 서승재는 "많이 부족하다 생각한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 갈 수 있게 랭킹 만드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채유정도 "이번 대회를 열심히 준비했는데 (연승보다) 다음 경기들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혼합 복식조 부흥에 대한 책임감도 대단하다. 한국 혼합 복식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김동문-길영아, 2008년 베이징 당시 이용대(요넥스)-이효정 조가 금메달을 따내는 등 강세 종목이었다.

서승재는 "(이용대-이효정 조)가 벌써 11년 전 얘기"라면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채유정도 "혼합 복식 조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니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고 보니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김동문-길영아, 이용대-이효정 조 모두 연상연하였다. 여기에 이-이 조가 12년 만에 혼합 복식 금메달을 따냈는데 공교롭게도 내년이 베이징 이후 12년째다. 과연 한국 배드민턴 혼합 복식의 전통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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