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서 12년 간 가습기 살균제 800개 구매·사용"

사회적참사특조위 "軍 기관 12곳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증거 최초 확인"
"위험 인지하고도 모른 척 했나…청문회에 軍 관계자 불러 진상 밝힐 것"

가습기 살균제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군인 신분이었던 이모(30)씨는 국군양주병원에 2개월 동안 입원했다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폐 질환(폐 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가습기살균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후인 2016년 정부에 건강피해 신고도 했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씨처럼 군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광범위하게 노출됐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12년 동안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총 12곳에서 3종의 가습기 살균제 약 800개 이상을 구매·사용한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조위가 밝힌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따르면 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은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2007~2010년, 2009~2011년 동안 400여개 구매해 사용했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도 같은 제품을 2008년 10월에 390개 구매해 사용했으며, 육군 제20사단도 문제가 됐던 '옥시싹싹 New(뉴) 가습기당번'을 2000~2002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 역시 2007~2011년 간 57개의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조위는 "군대 내에서 가습기살균제는 주로 병사들의 생활공간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군이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보급품으로 사용했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지난 2011년 참사가 알려진 이후에는 군에서 가습기살균제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파악하고, 이에 노출된 병사들과 직업군인들 중에서 피해자는 얼마나 있는지 조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8년 동안 군이 이 문제에 대해 모르는 척 침묵하고 있엇다면 군의 신뢰를 해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27일부터 이틀 간 자체 진행 예정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청문회'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 관계자를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이들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의 구매·사용 실태를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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