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일을 넘기고, 하청이 2차로 재하청 주는 구조에서 '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를 신축공사 하기 위해 공사금액 약 530억원을 책정하고, 건설용 리프트 임대업체인 A사에 '하청'을 줬다.
이 문건에 따르면 추락사고로 사망한 변모(37)씨, 함모(34)씨, 원모(22)씨 등 3명과 크게 다친 변모(34)씨 모두 A업체 소속으로 표기돼 있다.
지난 14일 A 하청업체 대표는 유족을 직접 찾아 "해체 전문업체인 B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진행했고, 업무지시는 B사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는 사상자들의 얼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다단계로 하도급이 이뤄지면서 '안전'한 작업환경이 마련됐는지에 대해 유족은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간에 쫓겨 급히 일하다 변을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족들은 서희건설과 하청업체 등에 "계약을 맺은 문서가 있느냐"며 "해체 작업에 소요된 시간은 정확히 어느 정도였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신축 공사는 지난 2016년 12월 20일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19일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다. 신축 공사 완료 지점을 3개월 앞둔 시점에 추락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유족은 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해 가장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정작 사업 현장을 총 책임져야 할 원청업체 서희건설은 근로자들이 어느 소속인지, 사고 당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A사가 B사와 계약을 해서 일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그제(14일) 유족과 만남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됐다"며 "사상자분들이 재하청 업체 소속인지 여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는 "총괄적인 관리를 하지 않고 한 다리 건너 하청에 또 하청을 주는 구조는 결국 위험을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며 "원청이 만들어 놓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결국 본인(원청업체)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위험을 '생산'하는 구조 속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은 거의 무시되고 있고, 그 실례가 바로 건설 현장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 추락사고"라며 "원청이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살인죄에 준하는 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등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황상기 대표(故 황유미 씨 아버지)는 "노동자 중에는 우리 유미보다도 더 어린 나이에 일하다 사망한 청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분노했다"며 "사업장을 엄격히 관리하고, 사고가 난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하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을 빨리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