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측은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가입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지만 가입자들은 원금손실 우려가 없는 안전한 상품으로만 알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영·미 CMS(이자율 스와프)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리연계형 DLS를 판매했다.
금리연계형 DLS는 설정 범위 내에서 금리가 움직일 경우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만 이를 벗어날 경우 큰 폭의 원금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최근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 등에 돈이 몰려 금리가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올해 3월부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한 6개월 만기 DLS 상품을 1200억원어치 판매해 다음달 이후부터 만기가 돌아온다.
해당 상품은 관련 금리가 -0.20% 이상이면 연 4.2%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그 밑으로 떨어질 경우 -0.10%마다 20%씩 원금손실을 보기 시작해 -0.70% 이하가 되면 원금 전액을 날리게 된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 5월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0%에 근접했고 지난 7일에는 사상 최저치인 -0.578%까지 떨어진 상태다.
예를들어 해당 상품에 2억원을 투자하고 현재 금리가 9월까지 지속된다면 원금 가운데 4000만원 밖에 건질 수 없는 셈이다. 또,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이마저도 건지기 위해 지금 중도해지 한다면 7%의 중도환매 수수료도 내야한다.
영.미 CMS 금리 연계 상품의 경우에는 당장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국채 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런 위험성을 그대로 안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미 CMS 금리연계 상품도 2400억원어치를 판매했으며 KEB하나은행도 약 40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 설명 '제대로' 안했다 VS 설명 '다' 했다
금리연계 CLS 상품의 원금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해당 상품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안정적인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곳인데도 원금손실에 대한 제대로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독일 국채 10년물의 최저 금리가 지난 2016년 7월 기록한 -0.186%로 한번도 -0.2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은행 측의 설명에 따라 원금손실 우려가 없다고 믿었다는 것이 가입자들 주장의 핵심이다.
가입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준비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구현주 변호사는 "은행 PB센터를 통해서 안전하다고 하니까 믿고 상품에 가입했다는 분들이 많다"면서 "나이드신 분들도 꽤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은행 측은 원금손실 우려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했고 이와 관련한 자필서명과 녹취 등 증거자료도 모두 구비된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정 금리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 것이지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판매 당시 해외 유명 금융투자사들도 독일 국고채 금리가 상승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 위험성을 알리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원금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게 되면 은행들의 영업 행태도 같이 봐야 한다"면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금리연계형 DLS는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한 파생상품을 단순화해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쉽게 현혹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관련 서류 등 증거자료가 완벽히 갖춰져 있어 피해구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