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손(孫) 퇴진론’을 놓고 당내 혁신위원회 내부에서 대리전 성격에서 당사자 간 싸움으로 형국이 바뀌는 모양새다. 당초 혁신위에선 손 대표 퇴진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안건이 채택되면서 손 대표 측인 주대환 전 위원장이 사퇴한 뒤 혁신위원들과의 폭로전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손 대표는 주 전 위원장의 주장을 근거로 유 전 대표를 비판했다. 지난 7월 7일 유 전 대표가 이혜훈‧하태경 의원의 중재로 주 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손 대표의 퇴진 문제 외의 다른 사안은 중대한 혁신안건이 되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자신을 겨냥한 퇴진 요구의 뒷배경으로 유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그는 유 전 대표를 겨냥, “한국당으로 갈 것이면 혼자서 가라”며 수위 높은 공세를 폈다.
유 전 대표는 그간 침묵을 깨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7일 만남에서 대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손 대표가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맞받았다.
참석한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손 대표 퇴진 요구를 유 전 대표가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고 한다. 주 전 위원장은 민주평화당과의 소(小)통합과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대(大)통합을 구분 지으며,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주 전 위원장으로선 민평당과의 통합이 손 대표의 요구, 한국당과의 통합을 유 전 대표가 바라는 것으로 각각 상정한 뒤 자신이 절충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유 전 대표는 ‘통합 말고 자강을 혁신안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 드러난 주장은 유 전 대표와 손 대표, 두 사람 모두 통합론을 부인하며, 자강론을 펴는 셈이다.
유 전 대표와 손 대표의 갈등은 총선 전까지 야권을 재편하려는 정계개편 논리에 있어 서로 추진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유 전 대표의 생각은 손 대표의 주장처럼 한국당과 통합을 추진하자는 쪽은 아니다. 다만 재편하고 하나로 묶어내야 하는 대상이 중도를 포함하는 보수다.
그의 측근들 사이에선 당내 안철수 전 의원을 포함해 당 밖의 원희룡 제주지사 등 비(非)한국당 개혁 성향,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총리 등 온건 성향의 보수 원로들을 세력화 해 한국당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손 대표의 생각은 호남연대 쪽에 가깝다. 주 전 위원장이 소통합과 대통합을 구분했듯이 현재 민주평화당으로 갈려 있는 옛 국민의당계 인사들이 우선적인 포섭 대상이다.
집권에 대한 비전도 다르다. 유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외교‧안보‧통일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에 보수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는 등 복수의 정당을 만들어 연정을 펴는 식의 권력 교체를 바라는 쪽이다.
두 사람이 큰 틀에서 반문(反文)과 친문(親文)으로 엇갈리는 셈이다. 때문에 손 대표를 놓고 당내에선 “문 대통령이 수세에 몰려 야권과 거국내각을 구상할 수밖에 없을 때 손을 내밀면 수용하는 식의 통합형 총리를 바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나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유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정치적 비젼에 있어서 접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각각 갈라서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정서적으론 분당 국면에 접어든 것과 다름이 없다.
일각에선 손 대표 측에서 비례대표 의원 일부를 당 대표 직권으로 제명할 테니 유 전 대표와 안 전 의원 측이 당을 떠나는 합의이혼 협상안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유승민-안철수계는 손 대표가 객이니 이제 떠나달라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양측이 절충안 없이 치킨게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