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스팔트 보수를 겨냥한 일련의 움직임이 역효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불복 세력이라는 꼬리표가 자명한 상황에서 탄압받는 피해자 구도가 작동되며 정체성이 오인될 수 있다. 게다가 어부지리 홍보 효과까지 얻고 있다.
경찰은 30일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유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25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게 협박 소포를 보낸 혐의다. 당시 유씨가 보낸 소포에는 흉기와 새의 사체가 들어 있었고,편지에선 윤 의원을 ‘민주당 2중대 앞잡이’, ‘문재인 좌파독재 특등 홍위병’이라고 비난했다.
발신인은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돼 있었다. 마치 태극기부대가 진보 정당 소속의 윤 의원을 겁박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당초 극우세력의 백색테러로 추정되던 사건은 진보단체 일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테러 자작극’을 의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원래 노림수는 극우가 악당, 진보는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려고 했던 셈인데, 불순한 의도만 들킬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태극기 세력을 극우 폭력집단으로 몰기 위해 의도적인 자작극으로 밝혀질 경우, 오히려 태극기 세력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에 대한 서울시 및 검찰의 대처도 태극기 세력이 주축인 우리공화당의 존재감만 키워주는 역설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법원은 서울시가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낸 가처분신청을 지난 25일 각하했다. 우리공화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법원의 공정한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당 탄압을 중지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서울시가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해당 사안을 사법부로 끌고 갔지만, 결과적으로 무리수에 체면만 구긴 셈이다.
서울시와의 물리적, 법적 충돌이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인지도가 낮은 우리공화당 입장에선 불리하지 않다. 군소정당 입장에선 현집권 세력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원순 시장과의 대립각을 통해 홍보 효과와 동시에 지지층 결집까지 도모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공화당과 경쟁구도인 보수진영 내부에선 우려와 함께 진보가 퇴출 대상을 오히려 키워주는 것이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위장 테러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은 추미애 대표가 매크로 잡으려다 김경수 지사 잡은 상황이랑 비슷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보가 보수를 잡으려다 자살골을 넣은 공통점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공화당 부각의 진짜 원인은 한국당이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결과에서 비롯된 보수 내부의 문제라는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공화당의 존재 가치는 결국 한국당의 ‘종속변수’에 해당한다”며 “한국당 지지율의 떨어질수록 우리공화당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한국당 스스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우리공화당이 속된 말로 뜨자, 한국당에선 마냥 무시할 순 없으며 총선까지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로선 총선은 보수대통합 방향으로 가면서 우리공화당의 요구사항이 있으면 한번 들어볼 필요는 있다”며 “국민들이 보수의 지리멸렬을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