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고지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다음 달 2일 열리는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우리 외교부도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다음 달 2일 각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은 자의적으로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대(對)한국 수출 절차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섰고, 기업들도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고 매일 현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9일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달 9일까지 항공, 기계·공작기계, 자동차·자동차부품, 전자정보·통신, 석유제품, 바이오, 정밀화학·뿌리, 섬유·탄소섬유, 세라믹·전지, 철강·비철금속, 드론업종 설명회를 차례로 진행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주요 품목의 수급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기업에 제때 제공하고 국내 생산 확대, 조기 국산화 등을 위한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해 핵심품목의 자립화와 수입처 다변화 등을 통해 해당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민관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정·청은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반도체 등 부품·소재·장비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발표 시기는 일본의 결정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부품·소재·장비 개발 집중 투자 계획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주력 신산업 분야 장비 지원, 국산화가 시급한 분야 혁신개발 지원 등 3개 부처 10개 사업과 관련한 예산 2731억5000만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세제 지원 방안은 불화수소 제조 기술 등 일본 수출규제 품목 관련 분야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당·정·청은 이와 함께 2021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법안인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소재부품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소재·부품뿐 아니라 '장비'까지 지원 대상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면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1천100여개 대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한국경제에 당장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부터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처럼 한국 산업 내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을 막거나 추가 서류를 요구하며 허가를 지연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은 기업이 천몇개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신청서를 내면 건건이 봐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유리한 품목을 넣다 빼는 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력하는 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 정밀기계 등이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가는 등 백색국가 제외에 대응한 대비책을 고민 중이다.
기업들은 수출규제 대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고 매일 현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