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홍영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고요. 오히려 '여행 안 가기'로 옮겨 타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본 여행 보이콧, 일본 경제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또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 홍영선> 네 지난 주 금요일(26일) 인천 국제공항에 가봤는데요. 여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일본행 출국 수속장과 동남아행 출국 수속장이 정말 대조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 김덕기> 약간 예상은 됐지만,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그렇게 적었나요?
◆ 홍영선> 네 저는 오사카로 가는 항공사의 출국 수속을 받는 곳으로 갔는데, 여름 휴가철이다보니 보통 줄이 길게 늘어져 있잖아요? 그런데 계속 5팀 이내를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텅텅 빈 모습이었습니다.
◇ 김덕기> 다른 곳도 붐비지 않은 것 아닌가요?
◆ 홍영선> 아닙니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가는 출국수속장은 사람들로 굉장히 붐볐는데요. 베트남 국적기가 있던 곳은 발디딜 틈 없이 줄이 길게 뱀꼬리처럼 늘어져 있었고요. 태국, 싱가포르로 향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친구와 방콕으로 여행을 가는 전진우(29) 씨입니다.
"휴양 느낌 가는 곳을 찾다가 방콕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은 예전에도 가보긴 했지만 저같은 경우는 방사능 때문에 선뜻 여행지로 고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에 갈 사람은 가는 거고, 안 갈 사람은 안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부로 여행을 가는 부부 정예원(28.여) 오상록(28)씨입니다.
"휴양지는 이왕이면 비행시간 5시간 이내로 골랐는데요. 일본 여행은 이왕이면 안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휴가지 고려에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원전 사태 이런 것 때문에 걱정이 됐고 지금은 불매운동 때문에 더 거부감이 커지게 된 것 같습니다."
◇ 김덕기> 지금 이게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는 거죠?
◆ 홍영선> 네 하나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2주 만에 신규 예약자가 반토막이 났고요. 지난 주에는 3분의 1토막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하루에 신규 예약자가 1200~1300명 정도였는데 600명으로 줄어들었고, 지난 주에는 300~4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 김덕기> 여행을 취소하는 양상도 비슷하겠어요?
◆ 홍영선>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위메프 투어에 따르면 불매운동 이후 일본행 항공권 취소 비중이 5배까지 급증했습니다. 전체 국제선 항공권 환불 건수에서 일본행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월 마지막 주에는 9%에 불과했는데, 지난 주에는 44%로 치솟았습니다. 국제선 항공권 취소 건 10건 가운데 4건 이상이 일본행이 된 겁니다.
하나투어 관계자입니다.
"신규 예약이 최저치에요. 이렇게까지 떨어질 이유가 불매운동 밖에는 없는 건데요. 정말 과거 IMF 때 20년 전이라 통계도 없을 때지만 그때 이렇게 떨어졌을까, 이렇게까지 가시적으로 신규 예약 수치가 떨어진 적은 없었고요. 메르스 때 일부 좀 떨어졌고요. 하지만 이렇게 일본이라는 지역 한 곳만 떨어진 건 처음입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중국, 동남아는 평소 대비 20~30%25까지 소폭 올랐습니다. 일본 여행 줄어든 것 만큼 올라가진 않은 거죠."
◆ 홍영선> 이렇게 되면서 일본행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이미 운항 감축에 나섰고요. 티웨이항공은 지난 24일부터 주 3회 운행하던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부산~오이타, 대구~구마모토, 부산~시가 등 3개 노선도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는 계획입니다.
에어부산은 9월부터 대구~도쿄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대구~오사카, 대구~기타큐슈 등 2개 노선 운항 횟수를 감축하고요. 이스타항공은 9월부터 부산~오사카, 부산~삿포로 등 2개 노선을, 제주항공과 에어서울 등 다른 LCC노선도 노선 축소를 검토하고 있고요.
◇ 김덕기> 일본 여행 보이콧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는건데, 이게 일본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보도도 좀 나오고 있고요. 어떻게 어느 정도 타격을 주는 건가요?
◆ 홍영선> 일본에 한국인 방문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면요. 일본의 해외 방문객 중 한국인이 24% 가량을 차지해서입니다. 해외 방문객 4명 가운데 1명인 건데요.
◇ 김덕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가지 않는 것 자체가 일본에게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는 거네요?
◆ 홍영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의 대도시 뿐 아니라 소도시에도 정말 많이 가는데요. 소도시에서 관광 산업이 큰 역할을 하는데, 바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거죠.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가는 방식을 보면, 재방문률이 상당히 높고 지방 소도시로 많이 퍼져가는 특성을 보입니다. 도쿄, 오사카 갔던 사람들이 거기만 가는게 아니라 다음에는 그 근처의 소도시 등을 가는 건데요. 그러다보니까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고요.
관광이란 산업 자체가 현지에서 현금이 바로 유입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현금을 바로 지출하니까 다른 산업과 다르게 효과가 즉각 나타나죠. 특히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자제 자체가 일본 지역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겁니다.
또 이 관광산업은 다른 산업에 밀접한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봅시다. 한국 여행객들은 '먹방 여행'을 많이 가는데요. 재방문률이 높을 수록 음식 관광이 커져요. 다음엔 뭘 먹을까 하는 그런 계획을 짜니까요. 음식점이 안된다, 그러면 식재료 문제가 발생하죠? 농수산물 등 식자재 산업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이 파급 효과가 지역 골고루에 퍼질 수 밖에 없는 거죠."
◆ 홍영선>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일본 언론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규슈 지방에 있는 사가현 지사는 한국 항공평 감소와 단체 관광객 등의 취소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고요. 홋카이도현의 언론도 한국 관광객들의 가을 이후 예약도 둔화되기 시작해 한국편 노선 유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소매 판매점 충격도 현실화 되고 있는데요. 다이마루백화점 후쿠오카텐진점은 지난 17~23일 한국인의 구매액수가 전년동기 대비 25%나 줄어들었습니다,
극우 성향으로 이번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앞장서 선동하며 보도했던 산케이신문마저도 내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이라는 정부 목표가 달성 가능할 지 걱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덕기> 4000만명, 일본 정부가 밝힌 목표인가요?
◆ 홍영선> 지금 일본 수출 규제 조치를 한 장본인이죠? 아베 총리가 2020년에는 4000만명, 2030년에는 6000만명을 목표로 잡았어요. 아베 총리가 경제를 살리려고 가장 신경 쓴 게 관광업이어서요. 올림픽, 세계 박람회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행사 유치도 힘쓰고 있고요.
특히 내년이 바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해입니다. 비자발급 요건 완화, 외국인 관광객 소비세 면제 등 관광 정책까지 힘써오며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거죠.
◆ 홍영선> 그렇습니다. 물론 일본 여행 보이콧 때문에 우리나라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같이 힘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도 이같은 상황 때문에 불매운동 등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겠고요.
하지만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소도시의 관광 산업이 힘들어질 수록 농수산업·관광업, 그러니까 1·3차 산업 관계자들이 아베 총리를 지탄할 가능성도 커질 겁니다. 이들은 아베의 가장 큰 지지층인데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지게 되면 폭주하는 아베를 막을 수도 있겠죠. 우리 스스로 아베 총리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면, 우리의 행동을 통해 일본 사람들이 아베 총리를 막게끔 해야한다는 게 일본 여행 보이콧의 가장 큰 목적일 겁니다.
이번 주 금요일이죠? 8월 2일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있는데요.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은데, 아마 그렇게 된다면 불매운동에는 더 화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이 더욱 커질 것이고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양국의 경제를 갉아 먹는 다는 것, 아베 총리만 모르고 있는 건지 정말 되묻고 싶습니다.
◇ 김덕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