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40대 공무원의 죽음…'상사 괴롭힘' 때문?

공무원 노조 "카카오톡에 상사의 지나친 간섭·괴롭힘 내용 담겨"
유족 "괴롭히고 사적인 일까지 시켜, 엄중 문책 "요구
경남도 "사실 관계 엄정하게 조사 중"

경남도청 공무원노조와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최호영 기자)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경남도청 40대 7급 공무원이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상남도가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경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2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실하게 일하던 도청 공직자가 숨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냈고, 애틋한 사랑으로 결실을 맺은 중국인 부인과 불편한 노모까지 부양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인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기에 도는 극단적인 선택 원인으로 우울증을 꼽고 있는 듯 하다"며 "하지만 주변 동료들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으며, 직장 내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고인이 휴대전화 속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나눈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계장 때문에 한 번씩 죽을 것 같다', '과장이 담배를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줬더니 순하다고 집어 던졌다' 등 상사로부터 지나친 업무 간섭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고, 이 때문에 최근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고 노조는 전했다.

그리고 고인의 유품 중 최근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또 제 탓인가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등의 책도 소개하며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문제가 아닌지 자책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부인과의 다정다감한 메시지 내용, 부인과의 애틋한 통화 내용 등 부부 간 갈등이나 불화, 그리고 금전관계 등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며 "고인이 원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업무 외에는 어떤 이유로도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지인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도는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도에서는 이 일이 있고 난 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사건 전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단순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조직의 갑질과 원인 제공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참아내지 못한 책임이 고인에게도 있다는 정도의 자세를 가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다시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는 누군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를 노동 현장에서 즉시 분리 조치하고, 사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위법한 내용이 발견되면 즉시 고발조치하라"고 촉구했다.

또, "고인이 근무한 부서를 비롯한 주변 동료들의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정신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우울증이나 극단적 고충 호소 직원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인사매뉴얼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경남도청 공무원노조와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최호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유족도 참석해 성명을 냈다.

유족들은 "부하직원을 잘 아끼고 아껴줘야 할 부서의 계장, 과장이라는 간부공무원이 갓 도청으로 전입와서 아직 업무를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고 정시에 퇴근 한 번 제대로 못한 부하직원을 일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괴롭히고 극히 사적인 일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런 공무원이 경남도청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 그대로 밝혀주고,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은 물론, 해당 공무원들을 즉각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엄중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는 "유족분들의 요구와 문제 제기에 대해 도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실 관계를 엄정하게 조사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청 7급 공무원 A(41)씨는 지난 21일 창원시 성산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2014년 9급으로 임용된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현 부서에서 근무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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