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생이 생전에 했던 증언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유족 측은 교수와 학생들에 의한 '학내 따돌림'이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어 향후 진상조사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 미술대학 석사과정을 밟던 A씨가 학교 작업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5월10일 오후 7시10분쯤이다. A씨는 수업을 듣다가 교실에서 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품 등을 살펴본 경찰은 18일 뒤 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유족은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암호로 잠겨있던 아들의 컴퓨터까지 풀어내 죽음의 원인을 추적해 온 A씨 아버지는 23일 "제가 바라는 건 오로지 아들의 명예회복"이라며 생전 A씨가 겪었다는 일들을 털어놨다.
중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나오고 시카고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A씨는 2017년 가을학기에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희망을 품고 참석한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한 교수로부터 "난 너를 뽑지 않으려 했는데, 다른 교수들이 널 뽑아야 한다고 해서 선발된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공개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도 "네가 나온 (외국) 대학은 대학원이 없나. 서울대 학부 학생이 네 자리에 오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못 왔다"고 면박을 줬다.
이런 말을 들은 A씨는 가족에게 "내가 입학하는 과정에서 '빽'을 썼느냐.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고 물었고, 학교 관계자에게도 직접 찾아가 "나를 선발한 이유가 뭔가. 뭔가 영향력이 작용한 거냐"라는 취지의 질문도 했다.
A씨 아버지는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고, 네 실력으로 한 것"이라며 아들을 다독였고, 학교 관계자 역시 "실력 있는 사람을 뽑은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말 열린 학내 작품전에서는 한 학생이 A씨의 작품이 전시된 작업실을 막아서며 "우리 학교 출신도 아니다", "이 작품을 보지 말라"고 공개 비난을 하기도 했다고 A씨 아버지는 설명했다. 아들이 이 일을 가족에게 언급하며 힘들어 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올해 B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교수가 다른 학생들 작품과는 달리 내 작품에 대해 코멘트(평가)를 한 마디도 안 한다"며 "작가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A씨는 대학원 생활 도중 병원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으며, 우울증 약도 처방받아 복용했다. A씨 사망 원인이 담긴 사망진단서에는 '대학원생활 적응 어려움(우울증 의심증세)'라는 문구도 적혔는데, 유족은 이 의견을 교수 측에서 낸 것으로 파악하고 강하게 항의했다. A씨 본인의 잘못으로 죽음을 택한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에서다.
유족은 '49재'를 지낸 지난달 말 학교 측에 이 같은 정황들을 설명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 아버지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들었던 수업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알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곧 유족들께 학교에서 말씀을 드리게 될 것"이라고 밝혀 후속 조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굉장히 어렵고 예민한 문제"라며 "여러 학생들도 이 사건으로 굉장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