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사 기사에 달린 댓글을 뽑아 일본어로 번역한 뒤 '한국독자댓글'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조선일보 일본어판에 실었다.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의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조선일보 일본어판에 오른 '한국독자댓글' 기사는 7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를 호사카 유지 교수가 CBS노컷뉴스에 제공해왔다. 보내온 기사는 모두 6건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 5일자 신문에 '적이 신무기를 바치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에 "소득 주도 이론과 탈 원전, 대기업 적폐몰이, 反시장 개입,방만한 재정 씀씀이 등이 경제를 쪼그라뜨리고 있다. 한참 더 성장하고 강해져야 할 나라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것은 정권 핵심층에 새겨진 '운동권 DNA' 때문일 것이다"는 댓글이 붙자 조선일보는 이를 일어로 번역해 한국독자댓글 기사로 일본어판에 실었다.
또 "진짜 친일은 나라 경제를 말아먹는 일, 국방을 허수히 여기는 는 일, 국민을 편가르는 일 등이 일탈이다. 하나 하나 모여서 국민성을 만든다. 눈속임은 한 때의 유희에 지나치 않는다"는 내용의 댓글도 일어판에 실었다.
"박근혜정권 때는 무엇을 했는지? 그때도 대놓고 일갈했나요? 지금 정권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들도 청와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일하고 있다고 봅니다"라는 내용의 댓글도 일어판에 실었으나 이 댓글에 찬성하는 독자는 0, 반대는 41이라고 명시했다.
같은 기사에 달린 "문재인은 2015년 11월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국민 성명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2년 역사교과서에 대해 사실상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했지만 당시 국사는 국정이었기 때문에 국정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문재인은 또 광화문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문화재에서 '국정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나치 독일, 북한 그리고 우리의 유신 정권 뿐'이라고 했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는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다"는 내용의 독자 댓글도 일어판에 실렸다.
▲앞서 조선일보 일본판은 지난해 11월 1일 '한일 양국은 강제 징용 문제의 거센 파도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이 댓글은 "과거 중국의 신라, 고구려, 백제, 조선 침략시의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북의 6.25 남침 배상도 받아내라. 친일청산만이 한국의 살 길인 양 하는 좌파정권의 반일감성정치로 나라 말아먹는 적폐정권을 타도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댓글에 찬성하는 독자는 86명, 반대는 2라는 점을 덧붙였다.
같은 기사에 실린 또 다른 댓글에는 "한국 정부는 외교적 파문 뿐만 아니라 경제적 국제적 파장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외교 파장만 고려한다니 얼마나 안일한지 한심스럽다. IMF가 어떤 과정으로 왔는지 끊임없이 복기해도 모자를판에 이렇게도 무사태평이니 두 번 맞아도 어쩔 수 없는 국민성이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반면 다른 의견을 낸 독자의 댓글도 실었다. "일본과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같은 전범국이자 패전국으로서 속죄방법이 정반대다. 독일은 대전 당시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해 속죄하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배상 노력을 했다. 일본은 정반대다"라는 댓글이다. 그러나 이 댓글에는 찬성은 16명인 반면 반대는 40명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조선일보 일본어판 관계자는 "댓글 모음 기사는 비난 여론 때문에 4개월 전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댓글 기사를 싣는 기준은 따로 없으며 상위권에 위치한 댓글을 모은 것이다. 댓글 기사는 7일간 만 공개한다"며 "댓글을 모아 기사로 내보낸 것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어판에 제목을 편집해 싣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모아 이를 수치화한 것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선일보 측의 책임감 있는 답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의 '한국독자댓글' 기사 대부분은 현재 조선일보 일본어판에서 사라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