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한 핵심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라 KCGI의 견제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8일 한진칼을 상대로 한 장부 등 열람허용 가처분 신청을 취소했다.
KCGI의 또다른 투자목적회사인 엔케이앤코홀딩스도 같은날 한진을 상대로 한 검사인 선임 소송을 취하했다.
그레이스홀딩스(15.98%)와 앤케이앤코홀딩스(10.17%)는 각각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다.
앞서 KCGI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칼 지분(17.84%) 상속과 그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진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핵심은 조양호 전 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위로금 지급에 대한 이사회의 결의 여부와 그 근거 규정, 금융기관 차입금의 사용처 등을 소명하라는 요구다.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26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만큼, 조원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KCGI는 요구했던 자료를 한진칼과 한진 측이 제출하면서 관련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진그룹과 이면계약 의심을 샀던 델타항공이 '중립'을 선언했다.
앞서 KCGI는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하고 향후 지분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델타항공의 투자 의도를 물었다.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사인 한진칼에 투자하며 조원태 회장의 구원투수로 나선 배경에는 이면계약을 통해 숨겨진 이권을 보장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에서다.
이에 대해 델타항공은 "투자 결정은 독립적이고 델타항공 이사회의 충분한 숙고와 승인을 받아 내려진 것"이라며 "한진칼 또는 그 경영진, 주주들과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또는 장래 이사회 의석을 포함한 문제 등과 관련한 어떠한 합의 없이 이뤄진 점을 강조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에서 한진칼의 기업지배에 대한 관행 또는 이에 대한 그레이스홀딩스의 제안 중 그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단 공식적으로 한진그룹과 델타항공에 가졌던 의문부호가 풀리면서 KCGI의 공세는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진칼을 상대로 한 검사인 소송이 현재진행형이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KCGI와 한진그룹의 경영권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KCGI가 엑시트(투자금 회수)하기 전까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내년 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