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문의 정치본색] 김재원을 위한 변명?…한국당 의총, 추인인 듯 추인 아닌

볼썽 사나왔던 한국당 예결특위원장 후보자 선출과정
지난해 의총 추인 여부 두고도 해석 엇갈려
국토위원장 두고도 잡음 여전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이용문 기자의 <정치본색-정치의 민낯을 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유한국당 후보자인 김재원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장 등의 투표를 기다리며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임미현)뉴스픽, 오늘은 이용문의 정치본색 시간입니다. 이 기자 어서오세요. 한국당이 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문제로 파문을 겪고 있지요?

◇ 이용문)김재원을 위한 변명을 오늘 뉴스픽 제목으로 잡아 봤습니다. 변명이라고 하면 김재원 의원이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데 ’그 오해가 잘못된 것이니 바로잡아 보자’라는 뜻으로 들리지요? 정말 그런지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 보겠습니다.

◆임미현)김재원 의원은 지난 금요일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선출됐는데 국회 본회의의 선출과정이 아니라 한국당 내부의 후보자 선출과정에 잡음이 좀 있었죠?

◇ 이용문)본회의에 앞서서 한국당 의원총회가 지난 5일 오전에 있었는데 여기서 볼썽 사나운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의총장에 들어오면서 의원총회가 시작됐는데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하려하자 황영철 의원이 “언론앞에서 공개발언을 하겠다”고 주장했고 주변에는 ‘공개발언하게 해주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국민의례를 하고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한 뒤에 다시 공개발언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황 의원은 공개발언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원내지도부가 의총의 비공개 관례를 다시 소개하면서 결국 황 의원은 자리로 돌아갔고 비공개 의총이 시작됐습니다.

◆ 임미현)그런데 황 의원은 의총이 시작되자 바로 경선포기 입장을 밝혔다구요?

◇ 이용문)의총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황 의원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이번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황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 앉히기 위해 당이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들을 훼손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당이 원내경선을 통한 상임위 선출 등 여러 사안 조율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한 잘못된 선례가 될 것 같아서 경선을 거부하고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 임미현)신뢰를 훼손했다는 황의원 주장의 근거는 뭔가요?

◇ 이용문)시간은 약 1년전으로 돌아가는데요 지난해 7월 16일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됐는데 그날도 오전에 한국당 의원총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의원총회에서는 김성태 당시 원내 대표가 안상수 의원이 후반기 예산결산위원장 임기 2년 가운데 절반인 1년을 먼저 하고 자신이 나머지를 하는 것으로 하고 의총에서 추인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당시 그렇게 조정됐고 이런 사실이 보도도 됐다고 말했습니다.

◆ 임미현)그렇다면 의총에서 추인됐던 것을 이번에 뒤집었다는 것이 되겠군요?

◇ 이용문)황 의원의 불만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그런데 이 의총 추인이라는 것을 두고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말이 조금 엇갈립니다.

한국당의 중진인 A의원은 “그걸 추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면서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고 말한데 대해 의원들이 특별히 추인이라거나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겁니다.

재선인 B의원은 ”의총에서 정리된 것이 아니라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그렇게 조정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추인이라고 할 만큼의 의사결정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 임미현)그렇다면 김재원 의원을 위한 변명은 뭔가요?

◇ 이용문)김재원 의원은 후반기 예산결산위원장을 안상수 의원과 황영철 의원이 반씩 나누기로 한 것은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의 조정이었을 뿐 자신은 그 논의과정에 참여한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그 논의의 결과에 대해 자신이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신도 합의에 동참했다면 지키겠지만 자신의 합의의 당사자가 아닌 것이라며 예산결산 위원장 경선에 참여했다고 김 의원은 덧붙였습니다.

선출되기 이틀전인 지난 3일 얘깁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왼쪽), 김재원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임미현)그런데 경선에 참여할지 여부를 고민중이라던 황영철 의원이 결국 그날 후보등록에 참여하지 않았습니까?

◇ 이용문)그렇습니다.


황영철 의원은 김재원 의원이 예결특위원장 당내경선 후보로 나선다고 했을 때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하지만 결국 후보등록을 하면서 스텝이 좀 꼬인 것 같습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황 의원이 경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었다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론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경선을 위한 후보등록을 하고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장에서는 다시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또 황 의원이 위원장 사임계를 내지 않았다면 상황이 더 지속됐겠지만 황 의원은 결국 사임계를 냈습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속내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임미현)이쯤 되면 황영철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고민이 컸을텐데 탈당 등의 후속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구요?

◇ 이용문)황 의원은 한창 의총이 진행되던 시간 취재진들과 만나서 ”저를 밀어내고 있는 현 원내지도부 생각하면 더 이상 이 사람들과 같이 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면 탈당을 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황 의원은 그러나 ”지금 우리 당에는 저를 밀어내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상황 가슴아프게 공감해주고 도와줬던 의원들도 있다“면서 ”그런 의원들과 떨어질 수 없다.저를 사랑해주시는 의원들과 헤어질 순 없을 거 같다“면서 탈당을 하지는 않을 생각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당이 건강하고 합리적 보수로 자리잡을 때까지 당에서 원내에서 더 크게 싸울 각오 갖고 있다“고 황 의원은 덧붙여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재원 의원은 한국당의 후보자로 선출됐고 이어 열린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뽑혔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임미현)그런데 한국당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말고 국토위원장을 두고도 잡음이 해소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 이용문)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 이야긴데요. 박 위원장은 안상수-황영철 케이스처럼 후반기 절반을 박의원이 위원장을 한 뒤 홍문표 의원에게 넘기도록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이 사임계를 내지 않고 버티면서 병원에 입원해 버려 결국 지난 금요일 본회의에서는 국토위원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회법에는 이런 상임위원장 임기 쪼개기는 사실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3선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위원장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의원들이 늘자 이런 임기 쪼개기 편법을 썼던 것인데 결국 이런 당내 불협화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임미현)이런 자리싸움은 결국 국민들로부터도 눈총을 받지 않겠습니까?

◆ 이용문)한국당의 한 3선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파간 다툼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당 전체가 한쪽 색깔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계파간 다툼으로 보고 싶지 않다는 이 말에 답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은 계파간 다툼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당내의 주류를 점하고 있는 친박계와 이들을 제외한 비박계,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탈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복당파 사이의 갈등이라는것이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또다른 의원은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당이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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