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전체 7854개 수입품목 가운데 3901개 품목은 한국에서도 수입이 이뤄졌다. 재무성 통계상의 2018년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다.
한국 수입품 중 '250억엔 이상' 대규모 품목을 재분류한 결과 석유류와 금속강 등 모두 8개 품목이 수입비중 70% 이상이었다. 일본의 수입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이다.
지난해 '기타 경유'는 한국에서 432억4069만엔어치 수입됐고, 미국·독일·프랑스 등 다른 6개국 수입액을 합하면 총 434억6933만엔이다. 우리나라 비중이 99.47%에 달한다. 기타 경유의 한국 수입비중은 2016년 한때 81.01%까지 떨어졌으나 올해초까지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분류상 석유류에 '기타'가 붙으면 대체로 석유화학제품 제조 원료가 아닌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기타 경유는 보일러나 각종 디젤엔진의 연료로 쓰이는 경유인 셈이다.
아연도금 평판압연 철강·비합금강(94.92%), 두께 10~50mm 평판압연 철강·비합금강(90.56%), 기타 등유(87.01%), 비가공 은(銀 84.03%), 기타 산화·과산화 금속산염류(77.72%), 제트엔진 연료용 등유(71.74%), 자동차 연료용 휘발유(71.65%) 등도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이들 품목에 대일 수출규제가 취해지면 일본도 일시적으로나마 연료 부족이나 제조원료 부족 등 혼란을 겪을 여지가 있다. 특히 일부 품목은 우리 입장에서 일본시장 수출 의존도가 낮아, '전면전' 때 우리 수출업체의 큰 부담이 안될 수도 있다.
관세청 통계상 지난해(2018년 1~12월) 전세계에 175억2314만8000달러어치 수출된 기타 경유의 일본 수출규모는 4억9886만6000달러로 2.85%에 그친다. 다만 비가공 은의 경우만 일본 수출비중이 59.49%로 상당한 비중이었고, 나머지 품목들은 10~18%였다.
그러나 실효성이나 타당성 면에서 일본을 향한 맞불놓기 대응은 의문시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비해 우리 쪽 대응수단은 일본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작고, 자유무역 질서 역행으로 국제적 비난에 휩싸인 일본 수준으로 구태여 우리 스스로 전락할 필요가 없어서다.
일본의 규제 품목은 우리 수출주력 품목인 반도체 산업을 직격한다. 반면 우리 쪽의 석유류 수출품은 당장 일본의 산업을 멈추지 못한다. 전세계 단위로 따져보면 일본의 상위 20개 수입품목(총 27조7466억9988만엔)에서 우리나라(2395억1026만엔) 비중은 0.86%로 미미하다.
또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자국에서조차 비난 대상이다. "일본이 자유무역의 위선을 드러냈다"(파이낸셜타임스), "자유·공정무역에 대한 일본의 노력을 훼손시킨다"(니혼게이자이신문) 등 기사가 쏟아졌다. 치졸한 소모전 대신 기초산업 육성, WTO를 통한 구제 등 '정도'를 밟는 게 타당한 대응일 수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일본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수입품은 대체가 가능하다는 큰 한계가 있어 WTO에 불공정무역 제소를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며 "다만 WTO의 구제도 오랜 시간이 드는 만큼,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 기술을 향상시켜 대체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하고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