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시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모든 조치가 WTO와 정합적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유무역과는 관계없다"며 보복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신뢰관계 손상을 언급하면서 스스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로 '신뢰관계 훼손'을 거듭 거론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까지 강제징용 문제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양국의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스가 장관은 수출 규제 강화로 일본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예단해 대답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신뢰관계 훼손을 들면서도 보복조치는 아니라는 앞뒤가 맞지않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조치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사실상의 대항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일간의 신뢰 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실상의 대항조치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은 '큰 단골손님'이며 한국에서 제조된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적지 않다"며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이 늦어지면 일본 측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르키트의 분석가는 "이번 규제강화가 '화웨이 쇼크'에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쇼크'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또 "삼성 등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소재 조달처를 개척하면 '일본 탈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조치가 일본이 그동안 주창해 온 자유무역주의 추진이라는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실리적으로도 일본에 유리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해 불신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북미 프로세스의 진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달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달해 놨다"면서 "다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로 납치문제의 전면적인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