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 규제, 화웨이 제재와 같아"…반도체 업계 '끙끙'

"사태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 불가피"
"일본 소재기업도 타격 있어 수출 금지까지는 아닐 듯"
"재고 소진으로 업황 불황 탈출 기회될 수도"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을 공식화하자 국내 기업들이 사태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간은 확보된 재고로 버틸 수 있지만, 사실상의 수출 금지가 현실화되고 상황이 길어진다면 생산 차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이번 조치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외교 이슈라는 점에서 업계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기도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기도 하다.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불화수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 생산에 필요한 화학제품이다.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을 가진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워 재고량은 2~3개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이번 조치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치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상황이 같다"면서 "외교 문제로 불거진 일이라 개별 기업이 무슨 말을 하기도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재고 상황을 정리하고, 허가 절차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응할 게 마땅치 않다"며 "장기화 됐을 경우에 생산 차질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일단 허가 절차를 통해 승인을 받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금수 조치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국내나 해외 다른 기업들로 벤더를 돌려봐야 할텐데 일본이 워낙 생산량이 많고 고품질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은 절차 간소화 등 우대를 받았지만, 이번 조치에 따라 허가 신청과 심사까지 90일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반도체 등의 소재 수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생산라인의 계획적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우리 정부도 수입선 다변화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그간 업계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며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전면적인 수출 제한 조치로까지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일본 기업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크지 않고, 오히려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 시장을 보면 업황 불황의 원인으로 공급 초과가 꼽히는데, 생산량을 줄이는 체제에 들어가고 재고를 소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닥 탈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 등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일본'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일본 소재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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