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직권남용 법리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곧 인사까지 앞두고 있어 사실상 수사가 난망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에 재판청탁을 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에서 재판청탁을 전달한 임 전 차장이 구속 이후 검찰에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서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8일 추가 구속여부를 가리는 심문에서 부탁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재판에는 개입하진 않았다고 내용을 부인했다.
이 전 의원 관련 청탁 내용에 관해선 "법사위 모 의원이 이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의원직 상실을 걱정한다"면서도 '모 의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당시 임 전 차장은 의견서를 통해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제출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채용청탁 국회의원 심리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임 전 차장이 입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에서도 진술을 거부하거나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경우 본인의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에서 채용청탁 국회의원 심리가 시작되면 임 전 차장은 어떻게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때 임 전 차장의 입장을 확인한 뒤 수사를 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재판 지연전략'을 펴면서 이마저도 당분간 쉽지 않게 됐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31일 "재판부가 부당하게 재판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해 '개점휴업' 상태다. 임 전 차장이 기소된지 9달이 돼 가는데 심리해야 할 재판은 절반도 못했다.
여기에 검찰 인사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결국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를 단행하면 사법농단 수사팀은 공소유지를 위한 인력으로 축소·재개편 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가 힘을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단 분석이다.
직권남용 법리상 청탁자를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수사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앞서 강원랜드에 취업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재판에서도 청탁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최흥집 전 사장을 비롯한 인사담당자들은 1심에서 부정채용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받았지만 권 의원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권 의원이 직접 청탁했다는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사법부 밖 인물이 청탁한 경우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직권남용 사건에서 청탁자를 잡는 것을 쉽지 않다"라며 "충분히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