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철주금·미쓰비시…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

작년 대법 확정판결 이후 하급심 '승소' 잇따라
소송 장기화…피해자 대부분 이미 사망

(일러스트=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소송의 장기화로 피해자들이 이미 사망한 후여서 유가족들만 소식을 듣게 됐다.

27일 서울고법 민사8부(설범식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14명의 유가족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회사는 피해자에게 1인당 9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홍모씨(소송 중 사망)는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했다. 이듬해 8월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재해를 입고 귀국했고 한국에서도 계속 원폭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었다.

2013년 홍씨와 비슷한 피해를 겪은 생존자 일부와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미쓰비시중공업에 피해자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심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강제적인 인력 동원 정책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강제 노동에 종사시켰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3년 만에 나온 항소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피해 당사자들이 모두 별세해 유족들이 대신 이날 선고공판에 나와 승소 소식을 들었다.


전날 서울고법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도 강제징용 피해자 고 곽모씨 등 7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곽씨 등은 1942~1945년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이와테현)와 야하타제철소(후쿠오카현) 등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다. 2013년 소를 제기한 이 사건의 원고들도 소송 진행 중 모두 세상을 떠났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서 일본 가해기업을 상대로 처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5년 2월이다. 이 '1차 소송'의 1·2심에서 원고들이 패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임금과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파기환송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2013년 다른 피해자들도 '2차 소송'에 나섰지만 앞선 1차 소송의 확정 판결이 늦어지면서 2차 소송 진행도 지연됐다. 최근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강제징용 관련 재판을 지연하고 소송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첫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8개월 만에야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일본 기업들은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인 최봉태 법무법인 삼일 변호사는 이날 판결 후 "미스비시중공업은 상고를 즉각 포기하고 사죄와 배상을 해야한다"며 "상고한다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소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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