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이왕익 재경팀 부사장과 김홍경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지난 2015년 이 회사 미래전략실 전략1팀 소속 전무·상무로 근무했다.
당시 합병과 관련해 실무 검토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 인사들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안모 사업지원TF 부사장도 당시 전략1팀 소속이었다.
당시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을 중심으로 장충기 사장(미래전략실 차장)이 전략1·2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등을 이끄는 구조였다.
각 팀 팀장으로는 부사장급이 배치됐고, 미래전략실 내에서도 그룹 계열사 사업을 모니터링·조정하고 M&A를 진행하는 핵심 업무를 담당한 전략1팀은 김종중 사장이 팀장을 맡았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5년 합병 당시 미래전략실 최 부회장과 (전략1팀) 김 사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수차례 진술했다.
2017년 1월 12일 특검 진술조서를 보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김신 삼성물산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최지성 실장, 미래전략실 김종중 사장이 제 의견을 물어보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삼성물산 사장과 제일모직 사장이 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 2월 25일 특검 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은 "(합병 관련) 양사 경영진과 최 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사장의 강한 합병 추진 의지로 인해 두 분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증거인멸 관련 혐의로 이·김 부사장과 박문호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을 구속기소하고 이들이 사건 본류인 회계사기 의혹과도 연관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박 부사장 역시 2015년 미래전략실 인사팀 전무로 당시 정현호 인사팀 부사장(현 사업지원TF 사장) 직속으로 일했다.
삼성물산과-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과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가 연결되는 지점이다.
검찰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무리하게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공정가치가 부풀려졌고, 이후 자본잠식 위기가 발생하자 이를 덮으려 자회사 회계처리기준을 임의로 변경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찌감치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옛 삼성물산에 고의적으로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중 사장 이하 전략1팀 임원들이 무리한 합병을 진행하면서 이 부회장으로부터 인사 등 이익을 도모한 정황이나 진술, 증거 등을 확보한다면 배임 혐의 등을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