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은 25일 오전 10시30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큰 고통을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사위의 지적과 같이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해 국민 기본권 보호의 책무를 소홀히 하였다"며 과거 검찰의 잘못을 인정했다.
과거사에 대한 검찰·경찰의 부실수사 의혹 등을 규명해온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2013년) 등 17개 과거사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뒤 지난달 말 1년6개월간의 활동을 마쳤다.
과거사위는 그동안 용산참사 사건(2009년)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등 모두 8건에 대해 검찰의 부실수사 및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검찰총장의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문 총장은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교훈 삼아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형사사법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2017년 8월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의 비(非)인권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등, 꾸준히 검찰 과거사 청산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해 3월에는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故) 박정기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며 "과거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사명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피해자들을 만나 지금까지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지난 17일에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들의 유가족 공동체인 '한울삶'을 방문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임기를 한 달 정도 남겨둔 문 총장은 기가회견 말미에 "검찰이 오늘날 받는 국민적 지탄과 비난을 다시 담아서 받아들여 보다 나은 검찰로 나아가고, 민주적 원칙에 합당한 검찰 작용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