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윤주 (유튜브 '암환자 뽀삐' 채널 운영)
‘안녕하세요. 암환자 뽀삐입니다. 젊은 암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데 여러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아프다고 숨는 데만 익숙해졌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세상 밖에 꺼내보려 합니다. 저와 함께 오래오래 살아요.’
이렇게 말을 하는 한 젊은 유튜버가 있습니다. 먹방을 하는 거며 라이브토크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영상을 올리는 건 여느 유튜버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알고 보니까 이 사람은 8년차 암환자였습니다. 아예 채널명이 암환자 뽀삐예요. 오늘 화제 인터뷰 암환자들이여, 숨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외치고 있는 이 사람 조윤주 씨, 뽀삐 님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뽀삐 님?
◆ 조윤주> 안녕하세요. 저는 8년차 난소암 암환자고요. 지금 암환자 뽀삐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조윤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당. (웃음)
◇ 김현정> 반갑습니당. (웃음) 여기서부터 밝은 기운이 나오네요. 지금 몸 상태는 어떠신 거예요?
◆ 조윤주> 지금 몸 상태는 항암 치료는 1년 전에 끝났고요. 지금 1년 동안 추적 검사만 계속하고 있는데 암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는 아니고 잔존해 있기는 하지만 이게 커지지만 않으면 추가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어쩔 수 없이 과거 얘기부터 시작을 해야 될 텐데. 난소암 3기. 처음 진단을 받으신 건 언제입니까?
◆ 조윤주> 2011년도니까 제가 24살 때 그리고 2012년도까지 치료를 받고 잘 지내다가 4년 6개월 만인 2016년도에 재발을 했어요.
◆ 조윤주> 그때 제가 재발을 했는데 그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 김현정> 왜 나한테...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나한테.
◆ 조윤주> 맞아요. 24살 때 한 번 줬으면 됐지 이거 뭐 좋은 거라고 29살 때 또 주나. 그런 생각을 해서 그때가 정말 인생 최악으로 멘탈이 붕괴됐었을 때예요.
◇ 김현정> 그러다가 ‘아니다, 내가 그냥 암환자인 걸 공개하자. 이른바 암밍 아웃 해야겠다.’ 결심하신 건 어떤 계기입니까?
◆ 조윤주> 사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걸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주변에서도 그거 뭐 좋은 거라고 공개하냐. 그러다가, 나처럼 숨어 있는 암환자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만 있어도 좋겠다. 이 생각을 좀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분명 병원에 가면 젊은 암환자들이 너무 많아요.
◇ 김현정> 너무 많아요.
◆ 조윤주> 그런데 우리가 숨어 있다고 해서 숨어 있으면 숨어 있을수록 사회적 인지 자체도 ‘암환자는 아프니까. 암환자는 되게 말랐을 거야. 암환자는 되게 힘들 거야.’ 이런 사회적인 인식이 공공연하게 있는 거잖아요. 그런 걸 좀 깨고 싶기는 했어요.
◇ 김현정> 그래요. 아니, 암에 걸리지 않은 분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암이라는 병을 앓게 된 게 죄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말 안 하고 꽁꽁 숨기려고 하실까, 그분들은? 어떤 걸까요?
◆ 조윤주> 일단은 저 같은 경우에는 암에 걸린 것도 서러운데 이 암에 걸린 게 물론 다른 사람들은 걱정을 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만 ‘쟤 암이래. 어떡하냐. 쟤 암이래.’ 그냥 그렇게 떠도는 게 싫었어요. 제가 사회에 나왔을 때 ‘그래, 쟤가 암환자인데 뭘 똑바로 할 수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좀 싫은 거죠.
◇ 김현정> 그래서 자꾸 숨을 수밖에 없는.
◆ 조윤주> 그래서 더 숨게 되고 그냥 두 번째로는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감당할 수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머리가 다 빠지고 속눈썹이랑 눈썹까지 다 빠지거든요, 항암 치료를 하면.
◇ 김현정> 속눈썹까지 다 빠지는 거예요?
◆ 조윤주> 속눈썹, 눈썹 그냥 온몸에 있는 털이 다 빠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 김현정> 그런 거군요.
◆ 조윤주> 그러면 거울로 비쳐지는 제 모습에서 변화가 너무 많아지잖아요. 그러면 그걸 당당하게 사회에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그 모습이 싫어서.
◆ 조윤주> 사실 예전에는 약간 좀 자포자기하는 것도 있었거든요. 또 재발하면 어떡하지, 몰라. 약간 이런 식이었었는데 이제는 내가 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시작을 한 거기 때문에 나라도 조금 더 관리를 한번 해 보자. 그래서 몸에 좋은 것 좀 더 먹게 되고 어제 라이브에서 ‘언니, 저희 엄마 완치 판정받았어요.’ 이런 댓글을 보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 김현정> 저는 모르는 분인데도 좋네요.
◆ 조윤주> 그렇죠. 그리고 그 댓글에 다른 모르는 사람들도 다 같이 덩달아서 축하한다고 하고 그런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소통의 장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저는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어제도.
◇ 김현정> 그런 암환자들이 많이 모이는 그런 곳에서는 그 안에서만 또 통하는 유쾌한 농담들도 있다면서요.
◆ 조윤주> 그렇죠. 예를 들면 저희가 CT를 찍거나 피 검사를 해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왔을 때 ‘다음에 봅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통과란 말이에요. 그러면 저 같은 경우에는 3개월에 한 번씩 받아요. 그러면 ‘3개월 생명 연장을 받았다.’ 막 이런 얘기를 하죠. 일반인분들은 이해를 하기가 어렵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윤주> 그런데 저희끼리는 3개월 연장받았다 그러면 이번에 통과시군요. 우리끼리 막 그런 농담 아닌 농담들이 있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야말로 동병상련이네요.
◆ 조윤주> 그렇죠.
◇ 김현정> 그 안에서 서로 얘기하면 그 안에서 또 치유가 되는.
◆ 조윤주> 네, 맞아요.
◇ 김현정> 참 좋네요. 좋은 암밍 아웃을 하신 건데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내가 혹시 뭐 좀 잘못하고 있는 건 없을까? 내가 좀 조심해야 될 건 뭘까. 이 생각을 하시는 청취자들도 계실 거예요. 내가 혹시 실수하는 건 없나. 어떻게 대해 드리는 게 제일 좋습니까?
◆ 조윤주> 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게 제일 좋았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 가발 쓰고 나가서 놀 수 있는 건데 ‘너 그렇게 몸 피곤하게 해서 어떡하냐.’ 이런 얘기를 한두 분만 하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가족들만도 충분하다. (웃음)
◇ 김현정> 엄마, 아빠만으로도 충분하다?
◆ 조윤주> 엄마, 아빠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주변에 친구분들이나 직장 동료분들은 평소랑 다름없이. 그냥 똑같이. 오늘 점심 뭐 먹을래요? 다른 사람들은 치킨을 먹으러 가고 싶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샤부샤부 먹으러 가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나 때문인가. 이 모임도 끝이네. 약간 이런 생각이 들 수가 있어요. 그래서 사실 암환자분들이 치킨을 먹으러 가서도 알아서 잘 자제를 하기 때문에 본인의 몸을. 그냥 치킨 먹으러 갈 일이 있어서 불렀으면 그냥 치킨 먹으러 가도 상관없어요.
◇ 김현정> 오케이. 이거 되게 좋은 지점이네요.
◆ 조윤주> 치킨 먹으러 가서 그러면 나는 여기서 구운 치킨 먹을게. 이렇게 했을 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구운 치킨 맛있겠다. 그렇게 해서 기분 내러 가는 거니까요.
◇ 김현정> 네. 편안하게 대해달라.
◆ 조윤주> 좋습니다.
◆ 조윤주> 제가 더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게 그 밝은 에너지 많이많이 나눠주세요.
◆ 조윤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이른바 암밍아웃을 하고 암환자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고 있는 화제의 유튜버 조윤주 씨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