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원과 일반 주주 등 694명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분할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등 가처분 신청도 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주총은 지난달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 임시 주주총회를 말한다.
당시 회사는 애초 주총장으로 예정했던 동구 한마음회관이 노조에 점거되자, 장소를 울산대로 변경해 주총을 열고 법인분할안을 의결했다.
원고인 노조원들은 주총장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바뀐 장소가 주주들에게 충분히 고지되지 않은 점, 주주들이 바뀐 주총장으로 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주총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애초 예정된 장소에서 주총이 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바뀐 장소에서 열린 주총도 검사인 입회 아래 진행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소송은 장소를 긴급히 변경해 진행한 주총이 주주들의 참석과 의결권을 충분히 보장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노조의 봉쇄로 장소를 변경해 주총을 개최했으나, 대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는 2건이 있다.
대법원은 2000년 열린 국민은행 주총(주식매수선택권 부여결의 등 부존재 확인 소송)과 2013년 열린 씨제이헬로비전 주총(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등의 소)이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두 사건 모두 이번 현대중과 비슷하게 노조가 주총장을 봉쇄해 시간과 장소를 변경했는데, 변경된 내용을 제대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주총 결의를 취소한 것이다.
이 판례들을 보면 이번 소송에서 노조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번 소송은 앞선 사례와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회사는 노조의 주총장 불법 점거로 장소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
결국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는 결정이 적법했는지, 변경 내용 공고와 이동수단 마련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2일 "법원 검사인이 변경 시각과 장소를 결정했고, 기존 주총장에서 변경된 정보를 확성기·유인물·현수막·전자공시 등으로 공고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다만 (주주들이 바뀐 주총장으로 가는)이동수단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마련한 버스가 제대로 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회사는 노조 방해로 출발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는 법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주총장 변경에 일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주총 무효 판결이 내려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한다.
의결권 주식 7천71만4천630주의 72.2%(5천107만4천6주)가 주총에 참석했고, 법인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8%(5천101만3천145주) 찬성률로 가결된 점 등이 그 근거로 꼽힌다.
울산 상공계 한 관계자는 "법인분할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지만, 그 판단은 법원에 맡기고 노사 대립은 이제 일단락돼야 한다"면서 "조선업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노사는 산적한 문제를 대화로 풀고 근로자들은 생산에 전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